토탈 스노브(snob)
토탈 스노브(snob)
  • 조순옥
  • 승인 2010.05.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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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우리 사회에 속물이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이다. 이들은 당당하게 등장했다. 된장녀 신드롬에서 시작한 ‘oo녀’이야기는 인터넷을 타고 흐르면서 ‘개똥녀’, ‘똥습녀’ 등 수많은 아류들이 생겨났다.

진정성과 몰렴(沒廉)·무치(無恥)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스릴을 즐기던 속물들은 최소한의 윤리의식 마저도 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 본능에만 충실한 진짜 속물들로 전락했다. 이는 진정성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사회학자 김홍중 교수 는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이제 진정성의 에토스를 전경으로 하는 삶은 낡고, 효율적이지 않으며, 안쓰럽고, 심지어 역겨운 것으로 비춰진다. 남아 있는 유일한 진정성은 386세대적인 냉소와 멜랑콜리의 가면 뒤로 숨었다. 그리고 도래한 세계는 속물과 동물들의 세계, 몰렴(沒廉) 또는 무치(無恥)의 에토스에 의해서 지배되는 세계다. 무치는 단순한 무례나 실례가 아니라 부끄러움의 실질적인 마비에 기초한다. 그것은 포스트-87년 체제의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뻔뻔한 당당함이다.”
- 『마음의 사회학』(김홍중, 문학동네, 2009)
 
속물 속에 포함되어 있는 중요한 것은 속물은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상의 본질을 들여다보지 않고 외형만을 탐구 한다. 이때 외형의 중요한 척도는 ‘돈’이다. ‘돈’의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에서 속물의 등장은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이러한 모순은 근대에 이르러 돈의 가치중립에 있다는 사실이다.
 
화폐는 물물교환에서 나타나는 상품 사이의 직접적 관계를 추상화시키기 때문에 화폐는 어떤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대상들 사이에 존재하고 그것들 각각에 대해 동등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화폐는 가치중립이 된다.

이러한 속물을 영어로 스노브(snob)라고 한다. 스노브는 ‘속물, 재물 숭배자’라는 뜻으로 원래는 신사인 체하는 속물을 뜻한다. 또한 스노비즘(snobbism)은 고상한 체하는 속물근성, 또는 출신이나 학식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일로 이러한 유(類)의 사람을 가리키는 스노브(snob)가 어원이다. 옛날에는 신분이 낮은 자를 가리켰으나, 19세기 영국에서 신사인 체하고 허세를 부리는 속물들이 많이 나타난 것을 작가 새커리가 작품 『스노브 독본(讀本)』(1848)에서 조소(嘲笑)한 이후로 널리 사용되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속물성을 발견할 수 있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적자생존이 판치는 정글과 같은 사회는 속물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스노브(속물)들이 지배하는 사회를 ‘스노보크라시(snobocracy) 사회’라고 한다. “부자 되세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10억 만들기 프로젝트”, “대한민국 1%” 말이 이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mbc 〈pd수첩〉이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검찰과 스폰서의 실체를 폭로했다. 〈pd수첩〉은 20일 법의 날 특집 ‘검사와 스폰서’편에서 대형건설사 대표 출신의 ‘스폰서’가 부산과 경남 일대에서 지난 25년간 검찰을 접대한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pd수첩〉이 입수한 ‘접대 문건’에는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이 기록돼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성 접대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승호 pd가 여러 근거를 토대로 박기준 검사장에게 사실을 추궁하자 박기준 검사장은 오히려 “네가 뭐냐”면서 “형사적인 조치는 물론, 민사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 놓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에 나갔다. 이쯤 되면 환장할 토탈 스노브가 된다.

 / 조순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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