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
  • 황인술
  • 승인 2010.04.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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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생각해보기
 
1. 사형 기원
▲ 황인술 논설위원
사형은 인류 역사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장 오래된 실정법인 기원전 18세기 함무라비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同害報復) 사상에 입각한 형벌을 제시하고 있다.
 
  도둑질을 했을 경우 훔친 것의 10배, 20배, 30배를 물어내거나 사형.
  술을 마신 성직자는 화형에 처한다.
  만약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눈을 상하게 하면 그의 눈도 상하게 한다.
  만약 귀족이 평민의 눈을 멀게 하거나 뼈를 부러뜨리면 은 1마나를 지불한다.
  만약 남의 노예의 눈을 멀게 하거나 뼈를 부러뜨리면, 그 노예 가격의 반액을 지불한다.

  다른 사람의 딸을 때려서 유산하게 하면 자기의 딸을 사형한다.
  목수가 집을 짓다가 무너져서 주인의 딸이 죽으면 목수의 딸도 죽어야 한다.

 
등에서 보이듯 사형이 부과되는 범죄 30여 개가 규정되어 있었다. 일례로 구약성경에서 알 수 있는 당시 율법은 대부분 사형으로 범죄를 응징하고 있다. 한편, 고조선 8조법에도 "사람을 살해한 자는 죽음으로 갚는다"는 조항이 있어 사형이 집행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형벌인 사형(死刑, death penalty)은 생명형(生命刑)이라 불린다. 살인 등 큰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국가가 제재를 가하는 벌로 생명을 빼앗아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시키는 가장 무거운 형벌이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폐지되어 무기징역 또는 종신형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를 폐지하는 국가 또한 늘고 있다. 사형 폐지론이 표면으로 떠오른 것은 인권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민주화이다. 대한민국은 2010년 현재까지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인권위원회 규정에 의해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3월 16일(2010년) “청송교도소에 사형집행시설을 설치해 사형수를 수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사형집행시설을 만든다는 것은 사형 집행을 염두에 둔 것”이며 “국민 법 감정과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사형 집행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형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실은 2009년 유럽평의회와 범죄인도인조약을 추진하며 유럽평의회 회원국에서 인도된 범죄인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기로 서약한데다 범죄 후 유럽으로 도피한 범인은 사형집행을 면하고 국내에서 범한 동종의 범죄자에게는 사형을 집행한다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2. 실제 사례
2차 인혁당 사건(1974년) 관련자 8명은 사형 확정판결 다음날 사형이 집행되었으며 이 사건은 우리 현대사에 국가에 의한 ‘사법살인’이란 불명예스런 치욕을 남겼다. 이후 30여년이 지난 2005년 12월 7일 국가정보원의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는 “박정희 정권 때의 ‘인혁당 사건(64년)’과 ‘인혁당 재건위 및 민청학련 사건’(74년)은 광범위한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으며 ‘북한 지령을 받은 반국가단체’ ‘국가변란 및 체제전복 행위’ 등의 혐의는 모두 부풀려졌거나 왜곡되었다”고 진상조사 결과를 밝혔다.

사형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형벌이며 사형의 비인간적이고 비이성적인 모습은 미셀푸코의 『감시와 처벌』첫 장을 열면 1757년, 국왕 살해범인 다미앙에게 내린 판결문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우리에게도 1618년, 능지처참을 당한 허균이 있다. 중세의 사형은 범죄자를 응징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정의감이라 여겨졌으며 공개처형은 대부분 끔찍한 방법으로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서양에선 18세기 중엽이 되면 이러한 사형제도가 비인간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비판이 형법학자, 정치학자, 철학자, 문학가들에 의해 거세게 일어나게 되며, 조선시대 세조는 “임금이 유충(幼沖.나이 어림)할 때 항상 이윤(伊尹.은나라의 명재상), 주공(周公.주나라의 현자)이 있으랴. 사형을 대전(大典)에서 뽑아버리는 게 어떠냐”라고 했다. 하지만 신하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사형제도는 이러한 논란 속에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지만 최근 싱가포르에서 마약을 운반하다 체포된 베트남계 호주 청년이 처형당했으며 같은 날 미국에선 1976년 사형제 부활 이후 1000번째 사형이 집행되었고 2005년 12월 13일에는 노벨평화상 후보였던 사형수 윌리엄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한국은 98년 이후 처형당한 사형수는 없으나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사형제가 다시 심판대에 올랐다. 사법살인의 오명을 남긴 인혁당 사건으로 억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8명의 생명은 다시 살릴 수는 없다. 때문에 미미한 확률이지만 사형 당사자에게 오판의 확률이 100%라면, 100명중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나온다면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Ⅱ. 생각 확대하기
 
1. 인혁당 사건
1차 인혁당 사건은 64년 당시 중앙정보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국가 변란을 기도한 대규모 지하조직인 인민혁명당을 적발, 관련자 57명 중 41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6명을 수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지검 검사들이 한때 중정이 피의자들을 심하게 고문했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소를 포기하는 등 파동을 겪었다.
 
 
▲ 인혁당 사건     © 독서신문

 
 
재판부는 이듬해 전원 유죄 판결을 내렸다. 2차 인혁당 사건은 1974년 유신독재 반대운동 때 일어났다. 중정은 좌파 혁신계 인사들이 과거 인혁당을 재건해 민청학련을 배후 조종하고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고 발표했다. 인혁당 관계자 23명 가운데  8명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바로 다음날 형이 집행됐다. 나머지 15명도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국제 법학자협회는 사형집행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했다.
 
 
▲ 인혁당 사건 관련 인물 명단     © 독서신문

 

2. 일반 응보 욕구
사형제와 관련된 일반의 응보 욕구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오래된 동해보복(同害報復) 사상에 기대고 있다. 동해보복형은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왕(재위 bc 1792∼bc 1750)이 그의 만년인 bc 1750년경 제정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성문법에 있는 남이 내 눈을 상하게 하면 가해자의 눈을 빼는 형을 말한다. 논어 헌문편에 "以直報怨 以德報德"이 있다. 이 말은 원망하는 이에 대해서는 공명정대한 태도로 보복하고, 은혜를 입은 이에게는 은혜로써 보답하라 뜻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비슷한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지나치게 엄격한 법률로 시민을 통제하던 관리가 자기가 만든 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내용의 희극 measure for measure에서는 '법에는 법으로'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응보사상은 어떤 경우에도 부당하게 입은 손해를 동등한 가치로 회복시킬 수 없고, 범행의 경중과 비례관계를 고려해 엄격히 책임을 묻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기에 매우 위험한 것이다.
 
3. 사형수(死刑囚) 도스토예프스키
1849년 12월 22일 오전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의 세묘노프 광장. 28세의 젊은이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는 이곳에 마련된 처형대 앞으로 끌려나왔다. 죄수 20명과 함께였다. 사회주의자 페트라세프스키의 서클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목은 반역죄. 그날 광장엔 눈보라가 몰아쳤다. 기온은 영하 22도. 처형대엔 먼저 페트라세프스키 등 세 명이 섰다. 손은 묶이고 눈은 가려졌다. 사제는 "죄의 대가는 죽음"이라고 했다. 이어 "사격 준비" 구령이 떨어졌다. 다음 차례인 도스토예프스키는 옆의 동지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페트라세프스키 등을 응시했다. 그 순간 황제 니콜라이 1세의 전령이 나타나 "폐하가 자비를 베풀어 중노역형으로 감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후 시베리아의 감옥에서 4년을 보낸 도스토예프스키는 광장의 기억을 장편소설 '백치(白痴)'에 적었다. "이제 이 세상에서 숨 쉴 수 있는 시간은 5분뿐이다. 그중 2분은 동지들과 작별하는 데, 2분은 삶을 돌아보는 데, 나머지 1분은 이 세상을 마지막으로 한번 보는 데 쓰고 싶다." 그런 그는 "사형은 영혼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는 소설 '사형수 최후의 날'에서 "사형은 죄인의 머리만 절단하는 게 아니고, 가족의 머리까지 절단한다"고 썼다.
 
4.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 미셸 푸코     © 독서신문
감시하고 처벌하는 권력의 속성에 대해 미셀 푸코는 1975년에 낸 『감시와 처벌』에서 근대‘권력’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고 비판하고 있다. 책의 첫 장을 열면 거대한macro 감시와 처벌의 내용이 눈길을 끈다.
 
1757 년 3 월 2 일, 국왕 살해범인 다미앙 damiens에게 다음과 같은 판결이 선고되었다.〈파리의 노틀담 대사원 앞에서 2 파운드의 불타는 양초 횃불을 들게하고 셔츠만을 걸친 채로 사형수 호송차에 싣고 가서 공중에게 공개사죄 amende honorable를 하게 하고〉, 〈그레브광장 place de greve에 끌고 가 그 곳에 세워질 사형대 위에서 그의 가슴, 팔, 허벅지 그리고 종아리의 살점들을 발갛게 달군 집게로 떼어내고 그의 왼손은 국왕을 살해하고자 했을 때의 단도를 잡은 모습 그대로 유황불에 태우고 살점들이 떨어져나간 곳에는 용해된 납과 끓는 기름, 불타는 송진 그리고 밀랍과 유황의 용해물을 붓고, 몸은 네 필의 말이 끌게하여  네 조각을 내어 팔다리와 몽뚱이는 불에 태워서 재로 만든 뒤에 바람 속에 날려 보낼 것.〉                

 - 미셀푸코, 박홍규 역, 『감시와 처벌』, 강원대출판부, 1989, 19쪽.
 
5. 역사에 도전한 허균
나의 성품은 어렵고도 오똑하며 성기고도 거칠어서 권모 없고 술수도 모르는데다 아첨까지도 할 줄 모른다네. 하나라도 마음에 맞지 않으면 잠시도 참지를 못해 남 칭찬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입이 벌써 더듬거려 진다네. 권세 있는 집 대문에 이르면 발꿈치가 일찌감치 쑤셔대고 높은 이들에게 절하려면 몸이 마치 기둥처럼 뻣뻣해 진다네. - 허균
 
조선시대 두 명의 위대한 개혁과 실천가로 삼봉 정도전과 교산 허균을 들 수 있다. 두 사람은 사회의 올바르지 못한 제도를 정비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제도 개혁과 정비를 통해 사회의 기틀을 다지고자 노력하다 반개혁 세력에 의해 처참하게 처형당했다. 이방원은 개혁의 장애인물인 정도전을 제거하고 나서 온갖 혐의를 씌워 그의 현란한 업적을 폄하시켰으며 허균은 능지처참을 당하고 조선이 망할 때까지도 복권되지 못한 기피인물로 남아야 했으며, 출생연도도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시호는 물론 한 사람의 일생을 적어 알리는 행장이나 신도비, 묘비의 글조차 남아있지 않다. 허균은 일찍이 문과에 급제하여 자신의 가문과 학문과 왕의 총애를 바탕으로,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으나 모든 평안과 부와 명예를 스스로 포기하고 당대 모순과 문제점을 타파하기위해 내 놓은 내용은 민본사상과 국방정책, 신분계급의 타파, 인재등용과 붕당배척 이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① 정론(政論) ② 병론(兵論) ③ 학론(學論) ④ 호민론(豪民論) ⑤ 유재론(遺才論) 등 주요 논설에서 자신의 핵심적인 혁신사상을 조명하고 있다.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백성을 사랑하는 민본사상으로 천하에 두려워 할 자는 오직 백성뿐이다. 백성은 물이나 불, 범이나 표범보다도 더 두렵다. 그런데도 윗자리에 있는 자들은 백성들을 제멋대로 업신여기며 모질게 부려먹는다며「호민론」에서 비판하고 있이다.

「유재론」에서는 인재 등용의 불평등을 비판해 인간차별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모순된 제도를 부각시키고 있다. 하늘이 재능 있는 사람을 내었는데, 사람이 이를 가문과 과거로 한정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모두가 언문이라고 천시하던 한글로 이상국가의 꿈을 그린 「홍길동전」을 남겼으나   끝내 평등사회, 개방사회, 국제화사회를 만들지 못하고 처형당했다.
-참고 : 박재목, 『정부혁신 컨버전스의 12가지 fact』, 뿌리, 2005
 
6. 국제앰네스티 amnesty international ( ai )
국가권력에 의해 투옥·구금되어 있는 각국의 정치사상범의 구제를 목적으로 민간에 의해 1961년에 성립된 세계최대의 순수 민간차원의 인권운동단체이다. 우리말로는 '국제사면위원회'라고 한다.  ai의 창립 계기는 영국 변호사인 피터 베네슨이 1961.5.28 옵서버지에 포르투갈에서 자유를 외치다 투옥된 학생들의 소식을 기고한 '잊혀진 수인' 이란 칼럼을 본 자원자들이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7개 국에서 인권운동을 시작했고, 다음해 명칭을 ai로 정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ai는 정치적·종교적, 또는 기타 양심에 입각한 신조 때문에 억압받거나 인종·피부색·언어·성 등의 이유로 억압받는 양심수의 석방과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한다. 전세계 56개국에 지부가 있고 160여 개국에 160만명 이상의 회원 및 지원자가 있다. 본부는 런던에 있다. 사면위는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기관의 지원은 일절 받지 않고 회원의 회비로만 운영된다.

1962년부터 매년 각국의 인권상황을 보여주는 인권실태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1977년에 양심수석방운동의 공적으로 노벨평화상이 수여되었고 1978년엔 유엔인권상을 받았다. 1984년에는 독재국가에서 행해지는 갖가지 유형의 고문행위를 종합하여 《80년대의 고문》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한국에는 1972년에 한국지부가 설립되어서 활동하고 있다. 1984년 10월 ai 조사국 부국장 웨슬리 그리코와 아시아담당 조사원 프랑수아즈 반달레가 내한하여 한국의 인권실태를 조사했으며, 87년 1월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이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하자 ai는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한국 정부에 대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구금자에게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금지할 것을 촉구하였다. 현재 ai는 한국 정부에 국가보안법 폐지, 사형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7. 사형보다 종신형
영국의 세계적인 사형문제 전문가 피터 호진킨슨은 사형제도에 대해 “사형제 폐지냐, 유지냐. 핵심은 그게 아니다”, “사형 존폐 논쟁보다 대체 논의를 해야 한다”,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실수하게 마련이며, 판사에게도 오판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배심원이나 검사의 과실이나 부주의로, 혹은 가난·지역 등의 이유 때문에 잘못된 판결을 받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사형제도가 존속되는 가장 큰 이유로 ‘보복성’을 들 수 있다. 사형을 폐지하지 않는 대부분 국가는 국민여론이 이를 반대한다는 이유와 사형제도가 범죄억제효과를 갖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지킨슨은 사형제도가 범죄 억제책이 되지 못하며 사형제도는 단지 ‘보복성’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보복성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근거로 미국 일리노이주 사례를 제시하였다. 일리노이주에서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집행된 사형 중에서 12명이 잘못된 판결로 사망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재심 가능한 종신형’을 통해 죄수를 교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사형 반대론자들도 “사형 자체가 비인간적일 뿐 아니라 오심으로 억울하게 죽는 사람들이 생긴다”며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비정부기구인 ‘사형정보센터’는 “지난 30년 간 오심으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나중에 살아난 사람이 122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8. 『극단의 형벌』
 『극단의 형벌』의 저자 스콧 터로는 사형이 범죄 억제책이 될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가령 1976년 이후 미국 전체 사형 집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던 텍사스 주는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살인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또 지난 10년간 사형제도가 없는 주 전체의 살인율은 사형제가 있는 주들의 살인율보다 늘 낮았을 뿐 아니라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콧 터로는 검사 출신 변호사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다. 공화당 출신 일리노이 주지사 조지 라이언이 2000년 3월 사형 집행의 일시 중지를 선언하고 사형제 개혁을 위한 ‘사형위원회’를 설치했을 때 일리노이 사형위원회에서 2년 동안 사형제의 문제점과 개선안을 연구했다. 『극단의 형벌』은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이다.

그는 동일한 범죄에 대해 동일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도덕적 균형’ 인데 현실에선 균형이 깨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백인을 죽인 살인범이 흑인을 죽인 살인범보다 사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3.5배나 높다는 것이다. 사형수의 90% 이상이 변호사를 제대로 선임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이었으며 공범인 부자가 징역형에 그친 반면 가난한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는 사실을 들어 사형 구형에 ‘도덕적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사형이 공적 자금을 절약해 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스콧 터로는 사형이 공적 자금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에 이의를 제기한다. 미국에서 유죄 판결에서부터 사형 집행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11년 6개월인데 이 기간 동안 변호사와 법원은 공적 자금을 들여 계속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토해냈다는 것이다. 또 독방인 사형수 감방의 운영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들면서 사형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스콧 터로는 국가가 행하는 모든 폭력, 가령 경찰이나 군대의 무력 사용까지 부정하진 않는다. 문제는 무고한 범죄자에 대한 사형 집행이다. 죄수가 교도소 안에서라도 살아 있기만 하다면 무죄를 입증할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에 사형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끔찍한 사건의 범죄자를 죽이는 것만이 ‘도덕적 균형’이라는 일반인들의 믿음도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스콧 터로가 사형폐지론의 입장에 가까이 선 것은 사법적 판단의 주체로서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인간이 불완전하다면, 인간이 만든 법 또한 불완전하기 때문에 오판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믿는다. 또 아무리 법이 정확하고 예리해도 인간 행위의 이면에 숨어 있는 동기와 의도를 명쾌하게 밝혀내는 일은 결코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사형은 비인간적인 형벌이라는 것이다. 『극단의 형벌』은 학술서는 아니다. 그러나 저자의 실증적 경험이 풍부하게 녹아 들어간 덕택에 사형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해준다.  (출처 : 조인스 교육센타)

Ⅲ. 생각정리하기
 
1. 셰익스피어 ‘햄릿’의 독백과 이분법 구조 
햄릿은 헤어날 수 없는 고민에 빠진다. 삼촌이 국왕인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아버지의 유령으로부터 듣고 알게 된 햄릿은 괴로워하면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독백을 한다.
 
1. “to be, or not to be”- “존재하느냐 마느냐…”, “있음이냐 없음이냐…”
2. 善惡, 참 거짓, 존재 비존재, 生死, 있다 없다
3. 이분법은 세계를 인식하는 편리한 방법으로 인간의 욕구를 ‘손쉽게’ 충족시켜주며, 인식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제공하지만 우리 세계는 삼차원의 세계로 사차원적을 세계를 인식하지 못한다.
4. 양극과 음극, 암수, 흑백 등과 같이 인간은 대상을 ‘대칭적(또는 등가적) 이분 구조’로 보고자 한다
5. 그러나 행복과 불행, 사느냐 죽느냐 같은 문제는 쉽게 결정할 수 없게 된다.
6. 햄릿의 이분법적 사고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로막았다. 오필리아를 만나서 그녀의 정직과 순수함에 대한 논쟁을 하게 되는데 이는 순수와 비순수의 대립, 존재와 비존재의 대립이다.(“수녀원으로 가라”)
7. 햄릿은 너무나 분명해서 모순에 빠지는 사람이다.
8. 세계를 이분법의 틀로 인식할 때, 선택과 결행은 어려워진다.
9. 현재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은 다양성과 다원성이다.
- 출처 :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햄릿, 』민음사, 2001.
 
2. 황희정승 일화
〈너도 옳고, 네도 옳고, 당신도 옳다〉는 말은 황희 정승의 고시에서 비롯된 말이다. 서양의 철학자 데카르트가 제시했듯이 모든 세상살이가 옳으냐 그르냐 하는 이분법으로 나누어진다면, 내 편만이 내 편이고 네 편은 단지 네 편일뿐이라는 흑백 논리만 남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상일이 〈이것은 참 , 저것은 거짓(眞僞)〉으로, 또는 〈이건 착 한 것, 저건 악한 것(善惡)〉으로, 또는 〈이것은 바른 것, 저것은 어긋난 것(正邪)〉로 칼로 두부 자르듯 획연하게 나누어지지 않는 게 더 많다는 것이다.   황희 정승의 우답 (愚答)을 알아보자.  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던 모양이라 다소 시끄러웠다. 아마도 하인들 아이였는지 모른다. 사랑에서 책을 읽고 있던 황정승은, 그런 아이들을 짐짓 모른 체 책장을 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잠시 후 소란스러워지더니 아이들이 사랑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황정승은 궁금하여 방문을 열고 까닭을 물었더니, 아이들이 서로 자기가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앓다. 황정승은 먼저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판결을 내린다.

  「음, 너가 옳구나.」
  말이 떨어지지마자 디른 아이가 억울하다는 듯이 대들면서 자기의 주장을 내세웠다.

  「음, 네도 옳구나.」
  아,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너도 옳고 네도 옳다니. 그러자 아이들은 머쓱해져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 모양을 처음부터 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황 정승의 부인이었다. 부인도 아이들처럼 어이가 없었는지, 말 틈을 타 한 마디 했다.

  「아니, 이 아이가 옳으면 저 아이가 그르고, 저 아이가 옳으면 이 아이가 그른 게 사리인데, 이 아이 저 아이 모두 옳다뇨?」

  그러나 황정승의 다음 말은 더욱 걸작이었다.
 
  「옳소, 옳아. 당신 말도 옳소.」
 
스님 : 마음은 있는가? 없는가?

제자 : 있습니다.

스님 : 어디에 있는가?

제자 : 없습니다.

스님 : 마음이 있다는 것인가 없다는 것인가?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이치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황희 정승은 분명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음양이 서로 움직이며 조화를 이룬다는 태극의 원리였을 것이다. 한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 아이가 옳다고 우긴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테고, 또 다른 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테니, 각자의 마음에 들어앉아 사건을 본다면 모두 옳은 것이 될 것이며 황희정승의 논리는 현재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인 다양성과 다원성의 含意를 가지고 있다.

 Ⅳ. 생각 찾아보기
1. 사형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이자 천부인권인 생명권을 침해하는 법률이다. 여기서 천부인권과 관련하여 생명권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여 쓰시오.
 
2. 사형제도 존속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사형제도가 흉악범죄에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그 의견에 대해 근거가 될 만한 사례를 들고 사형제 찬반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쓰시오.
 
/ 황인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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