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vs 영화 - 『솔로몬 케인』
소설 vs 영화 - 『솔로몬 케인』
  • 강인해
  • 승인 2010.03.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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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 맞서 세상을 구원할 그가 왔다!
 
▲ 소설 『솔로몬 케인』의 표지(좌) / 영화 '솔로몬 케인'의 포스터(우)     © 독서신문

 
 
[독서신문] 강인해 기자 = “왜 이곳까지 왔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푸른 바다 저 멀리까지 정글이 나를 불렀고, 그래서 여기에 왔다. 평생 나를 이끌어온 신의 섭리가 이번에도 미약한 내 눈이 보지 못하는 어떤 목적을 위해 이곳까지 나를 데려온 게 틀림없다.” 

소설『솔로몬 케인』 중에서
 

솔로몬 케인은 악과 싸워 세상을 구원할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그 숭고한 사명을 깨닫기 전까지 그는 자신의 명령을 배신하는 부하까지도 가차 없이 죽이는 등의 악행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적이 나타나도 꿈쩍하지 않을 것 같은 그도 피비린내 나는 전투와 약탈을 이어가면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희열과 죄책감 속에서 괴로워한다. 그리고 늘 그렇듯 신은 시험이라도 하듯 악(惡)의 한복판에 그를 벌거숭이처럼 세워놓는다.

‘악마의 사자(死者)가 될 것인가’ ‘선(善)을 위해 사악과 맞서 싸울 것인가’ 그는 선택하지 않는다. 그저 신의 부르심대로 바람처럼 야생의 정글 이곳저곳을 피 묻은 칼 자루를 들고 정처 없이 헤맨다. 그것이 그의 운명이자 숙명이기 때문에….

■판타지 문학의 효시 『솔로몬 케인』
『솔로몬 케인』의 작가 로버트 e. 하워드는 장르 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가로 판타지 장르의 창시자로 추앙받는다. 비록 왕성한 집필 활동을 했던 서른 살에 권총으로 자살을 선택해 독자들에게 큰 충격과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사랑을 받고, 이후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많은 작품에도 영향을 미친 판타지 문학의 효시라 할 수 있다.
 
 

▲ 영화 '솔로몬 케인'의 한 장면     © 독서신문


 

솔로몬 케인은 그가 열여섯에 창조한 거침없는 근육질의 사나이. 이 작품에서 케인은 아프리카 정글에 있는 원시 도시의 폐허들을 비롯해 낯선 곳을 모험하는데 하워드는 케인이 무슨 연유로 스스로 암흑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둠의 제왕과 싸우는지 그 이유는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냉정하고 강인한 전사를 흠모했던 하워드의 마음에서 잉태된 케인은 태생부터 ‘영웅’이었다. 악을 보면 본능적으로 칼자루를 휘둘러 적의 숨통을 끊어놓는 전사의 본능을 가진 영웅 말이다. 그래서 모든 단편에서 어딘가로 끝없이 길을 떠나는 케인은 어김없이 악마의 군대와 숙명적인 만남을 거듭하고, 그 속에서 목숨을 건 싸움을 지속한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솔로몬 케인>은 하워드의 단편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영화는 원작의 단편 조각들을 얼개로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챙이 돋보이는 카우보이 모자와 가죽 장갑, 곱실거리는 긴 머리, 검은 망토를 휘날리는 그가  83년 만에 새 세기와 조우했다.
 
 

▲ 영화 '솔로몬 케인'의 한 장면     © 독서신문


 

영화는 선(善)을 상징하는 케인과 대비되는 악마를 대량 투입시킨다. 지옥의 사자 ‘리퍼’, 인간을 먹는 ‘구울’, 아이의 모습을 한 ‘마녀’, 케인의 영혼을 노리는 악마전사 ‘파이어 데몬’, 인간을 순식간에 지옥으로 데리고 가는 ‘거울 악마’ 등 원작에 등장한 악마 캐릭터 외에도 새로운 악의 화신을 컴퓨터 그래픽, 분장 기술과 접목해 화끈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피’를 택하다
영화는 소설과는 달리 그가 왜 사탄과 맞서 싸워야 하고, 어린 시절 어떤 트라우마를 겪었기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나그네의 길을 선택해야 했는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 영화 '솔로몬 케인'의 한 장면     © 독서신문


 

영화는 케인이 악마 ‘리퍼’와 대면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케인은 리퍼에게 무시무시한 악의 힘을 느끼고, 자신도 이러한 암흑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저주가 내려졌다는 운명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약탈과 살육을 자행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수도원 생활을 하고, 다시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그러나 신은 그를 조용한 수도원에 있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케인은 수도원을 나와 외로운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여정에서윌리엄 가족과 동행하게 된다. 그 중 윌리엄의 딸 메레디스는 케인의 남자다움을 동경하며 많은 호의를 베푸는데 그런 그녀가 악마 군단에 의해 납치당한다. 케인은 다시는 자신의 칼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고 결심했기에 소중한 사람들이 적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순간에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 영화 '솔로몬 케인'의 한 장면     © 독서신문


 

이 때 케인은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하지만 메레디스가 납치되는 그 순간 그는 이 세상의 악과 싸워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운명의 갈림길에서 그는 선을 구하기 위해 ‘피’를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내러티브 속에서 영화는 적당한 긴장감과 볼거리를 제공하며 진행된다. 비록 메레디스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 성에서 벌어지는 악마전사 ‘파이어 데몬’, 퇴마사 ‘말라치’와의 결투는 허무하게 끝나지만 말이다.
 
 

▲ 영화 '솔로몬 케인'의 한 장면     © 독서신문


 

그래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워드의 또 다른 작품 두 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 하이보리아 대륙의 영웅 <코난>과 용맹한 빨간 머리 여전사 <레드쏘냐>가 바로 그것인데 이번 영화를 통해 케인에게서 적잖은 매력을 느꼈다면 미리 하워드의 작품을 읽어 준비 운동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toward2030@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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