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Chastity belt, 貞操帶)
정조대(Chastity belt, 貞操帶)
  • 김경배
  • 승인 2010.03.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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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범죄자 전자발찌     ©독서신문
[독서신문] 인류의 역사는 욕망의 역사이다. 무엇인가 얻거나 빼앗으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욕망의 소산이며 이 욕망을 이루기 위해 국가든 개인이든 치열한 경쟁과 대결을 펼쳐왔다. 신의 땅을 되찾기 위한 성전이라고 불리는 십자군전쟁도 처음의 순수한 열정과는 달리 점차 정치적·경제적 욕망에 따른 전쟁으로 변질된다.

당시 성전에 참여한 영주나 기사들은 자신들의 아내들을 성적으로 보호(혹은 억압)하기 위해 정조대를 채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실제로 이러한 사실이 있었는지를 뒷받침할 만한 역사적 증거는 거의 없다.

서양에서 정조대에 관한 최초의 언급은 15세기 초엽에 지어진 콘라드 카이저(konrad kyeser von eichstatt)의 『bellifortis』라는 책이다. 이 책은 당대의 군사 기술에 관해 적은 책인데, 이 안에 현존 최고(最固)의 정조대 묘사 그림도 실려 있다.

현재 파리의 클뤼니 중세박물관이나 암스테르담의 섹스박물관에 보관 중이거나 전시된 형태의 정조대들은 중세 이탈리아에서 기원했다. 특히 14세기 무렵 파도바를 다스린 독재자 프란체스코 다 카라라가 궁전의 모든 여성에게 정조대를 채웠다는 사실은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다.

그런데 정조대는 남자가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착용하게 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간혹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정조대는 한 욕망이 또 다른 욕망을 없애거나 억압하고자하는 욕망의 산물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작년 ‘조두순 사건’이 우리사회에 큰 공분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최근 부산 여중생 납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성범죄방지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다. ‘전자발찌법’은 13세 미만의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력범죄자 등에 대해 최장 10년 동안 24시간 위치추적을 하는 제도인데 이를 소급 적용하기로 개정한다고 한다.

또 상습적인 아동성범죄자에게 호르몬을 투입해 성적 욕구를 감소시키는 이른바 ‘화학적 거세’ 방안을 담은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에 있는데 이미 덴마크와 스웨덴,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의 몇 개 주에서 실시되고 있다한다.

인간의 역사가 아무리 욕망의 역사라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성범죄. 이러다 역사의 유물로 사라진 정조대가 다시 우리사회에 등장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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