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둘만의 세계에 있을 것인가
둘이 속한 세계에 있는 것인가
행복은 둘만의 세계에 있을 것인가
둘이 속한 세계에 있는 것인가
  • 이호
  • 승인 2010.03.15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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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작가 (사진 제공: 문학동네)     © 독서신문

 
 
[독서신문] 이호 평론가 = 행복은 둘만의 세계에 있을 것인가 둘이 속한 세계에 있는 것인가
저자인 김연수는 한 인터뷰를 통해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라는 시의 구절이 작가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밝힌바 있다. 김연수는 시의 내용을 아무리 절망스럽더라도 세상의 중심은 너이며, 세상에 들어오면 항상 너의 자리가 있다는 문장으로 일축했다. 그와 같이 이 긴 이야기의 소설도 결국 특이한 한 남자의 생을 다루고 있지만 그 사람마저도 외롭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노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모든 것은 전적으로 이해받을 수 없었다’라는 문장을 통해 작가는 1980년 후반부터 1990년으로 가는 그 초입의 세계에는 역사와 군중으로 성립되었지 개인이 없음을 토로한다. 그리고 나와 정민이 섹스를 나눈 후 ‘내’가 하는 이야기를 통해 우주가 유한한가, 무한한가를 묻고 있다. 우주가 무한하다면 k는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우주엔 무수히 많은 k가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여자를 사랑해야 하는 k는 하나임으로 우주는 유한해 져야한다. 이 말에 정민은 광주를 학살한 사람도 사랑을 하냐는 질문을 던진다. 베를린에 가기 전의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정민은 연결되고 싶기 때문에 우주가 무한하다고 믿고 싶다고 말할 뿐이다.

살을 비벼 만든 온기로 외로움이 채워질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진 순간 개인으로서가 아닌 둘의 세계로 갈 수 있을까. 둘만의 세계에선 외롭지 않을까. 그렇다면 둘이 속한 세계에서는? 결국 필연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문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우주에 관한 이론도 어긋난다. 우주가 유한해야 정민을 사랑하는 ‘내’가 하나뿐일 것이라 믿는 ‘나’와 우주가 무한해야만 외롭지 않을 것이란 정민 사이의 간극은 끼워 맞춰져도 남아있는 그 미세한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외로움의 부피조절을 실감하게 할 뿐이다.

존재하는 모든 현실이 무너진 강시우는 익명의 존재가 되어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일에 희망을 느끼는 듯 보인다. 그렇다고 소설이 마냥 해피엔딩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강시우가 계획한 삶이란 지난날의 존재의 파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결국 우리에게 남겨진 사실은 사기꾼이자 협잡꾼, 광주의 랭보 이길용이자 안기부의 프락치 강시우였던 그 남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 뿐이지만, 어쩌면 그건 우리가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행복은 둘만의 세계에 있을 것인가 둘이 속한 세계에 있는 것인가. 그 답은 저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베르크씨에게 안나가 마지막으로 적어 보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제2악장의 세계, ‘나’에게 선율만이 남은 세계를 보여준 그 곡의 흐릿한 의미처럼 “모든 게 끝난다고 해도 인생은 조금 더 계속 되리라는 그런 느낌”을 가지고 “…우리의 인생의 이야기는 그런 사물들 속에 깃들지…우리가 없어져도 그 사물은 남는 거야. 사라진 우리를 대신해서 …우리는 지나간 뒤에야 삶에서 일어난 일들이 무슨 의미인지 분명히 알게 되며, 그 의미를 알게 된 뒤에는 돌이키는 게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이라고 작중 인물 베르크씨는 말한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삶의 대한 여러 진실 중 단 하나뿐인 동시에 여러 겹으로 겹쳐지는 삶. 우리 모두의 일생이 기억을 조각내어 다시 맞추는 회고담으로 만드는 시간의 섭리를 지나 오래도록 존재하는, 내가 죽은 뒤에도 존재하는 나를 증명해줄 사물이 나를 결국 존재하게 해주리라고, 우리가 바깥에 존재하는 그 분명한 순간에 외로움이 밀려와도 나는 끊임없이 존재하고 있다고 그러기에 외로움에 울어도 되지만 존재하기에 백팔십 번 웃어도 된다고 생각하며 삶은 지속된다.

소설의 내용만으로 외로움, 시대, 개인, 존재 등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에 대한 김연수 식의 답을 들을 수 있다. 자신이 겪어 온 시대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어우러진 배경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와중에 중심을 벗어나지 않는 힘과 다양한 음악과 사건, 문학작품을 끌어들이면서도 난삽해지지 않는 김연수의 문체는 소설을 읽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다운 소설. 문학이 언제 위기 아닌 적 있었냐는 누군가의 말처럼 지나치게 책 안 읽는 현 세태를 비관하며 문학의 위기를 운운하기에는 좋은 작가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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