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추천도서 기준 믿을 수 있나?
학교 추천도서 기준 믿을 수 있나?
  • 강인해
  • 승인 2010.03.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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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전담교사 부족으로 인한 ‘전문성’ 결여
관련단체 의견 통합해 공통 기준 제시해야
[독서신문] 강인해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화부)가 조사한 ‘2009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교도서관을 주 1회 이상 이용하는 학생들은 40%로 전체 학생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 ‘원하는 책을 찾기 어려워서’가 각각 19.1%, 16.7%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또한 학생들은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서 절반이 넘는 59.4%가 ‘좋은 책을 많이 구비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학교도서관은 학교 자체적으로 선정하거나 공공기관이 제시한 추천도서를 중심으로 책을 구입하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추천도서가 학생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여실이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추천도서 기준의 객관성과 공정성, 전문성 등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학생들의 독서율이 증가하고, 입시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지금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추천도서 필요성 증대… 전문성은 결여
교육계에서도 학생을 위한 추천도서 선정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 도서 선택능력이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해마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 중에서 추천도서를 통해 양서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과 교육열 과잉으로 인해 독서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엑기스 목록’을 제공할 필요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책이 자아를 형성하고, 상상력과 창의성을 배양하는 데 효과적인 매체인 만큼 전문성이 반영되고,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도서 목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도서목록의 기준은 사서·전담교사의 부족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화부가 제공하는 도서관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7년을 기준으로 전국 학교도서관은 1만262개, 그 중 사서교사가 존재하는 학교는 645곳으로 약0.06%에 불과하다. 사서교사가 1%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 자체적으로 추천기준을 정하는 것은 전문성뿐만 아니라 객관성이 결여될 여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교과과정과 연계된 도서가 날로 부각됨에 따라 도서를 추천할 때 전문성은 더욱 필요하다. 사서교사뿐만 아니라 책과 교육을 연계할 능력을 갖춘 교사의 존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서 전담교사가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도서관 사서교사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짙다. 도서관과 교육을 아우르거나 도서관, 교육 각각의 업무영역에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도서를 추천하는 작업도 필요한 데 순조롭게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용자 중심의 선정 기준은 어디에?
또 하나의 문제는 수용자, 즉 학생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한 도서목록이 만들어지지 않는데 있다. 대부분 추천도서를 선정할 때 참여하는 사람들이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도서를 추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부가 발표한 독서실태에서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학교도서관에서 얻을 수 없다고 대답한 점은 이러한 문제점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학교 내에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도서추천단을 운영하거나, 학생은 물론이거니와 학부모, 어린이·청소년 도서관 관계자, 대학교 문헌정보학 전공자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선정인을 공모하는 방법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지역, 학생수, 경제력, 교육열 등 각 학교가 지닌 고유의 성향을 충분히 고려해 현실적인 도서추천목록을 작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경우 주변 학교와 통합해 추천단을 꾸릴 수도 있고,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위)나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에 도움을 요청할 수 도 있다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다양성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지만 문화부와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해 간윤위, 출협, 언론사 등이 머리를 맞대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을 중심으로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도서를 선정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창간호를 만든 《학교도서관저널》은 전국적으로 대규모의 도서추천위원회를 발족해 그들 나름대로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추천 기준을 제시했는데 이는 학생들의 독서문화 확산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관계 기관에서도 학생들이 양서를 통해 교양을 쌓고 미래의 꿈을 향해 전진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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