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독서냐, 공부냐 그것이 문제로다”
도서관, “독서냐, 공부냐 그것이 문제로다”
  • 강인해
  • 승인 2010.03.1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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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책 읽는 곳… 열람실 축소 당연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게 그렇게 문제되나?
▲ 해남군립도서관 내부 전경     ©독서신문
 
[독서신문] 강인해 기자 =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 설립하는 도서관에 일반열람실이 사라지는 현상이 일면서 도서관과 이용자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도서관 측은 도서관은 원래 ‘독서’를 위한 곳이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이용자들은 독서와 더불어 ‘공부’도 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 개관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는 도서관 본연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도서관이 뭐하는 곳이 길래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도서관의 일반적인 기능은 다양한 자료를 수집·정리해 이용자들이 자유롭고 신속하게 이용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도서관 전체를 아우르는 정의고, 이용자들이 자주 찾는 공공도서관의 경우 이러한 1차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독서관리’라는 역할도 함께 지니고 있다.

따라서 도서관계 세미나나 포럼에서 관계자들이 ‘도서관 열람실화’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이용자보다 입시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참고서나 어학교재를 끼고 공부하는 모습이 더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안에 위치한 두정도서관은 애초에 일반열람실을 만들지 않았다. 일반열람실을 상징하는 칸막이 책상을 과감히 포기하고 서가에 개방형 책상만을 비치한 것이다. 천안시에는 두정도서관 외에 타 도서관에서 일반열람실을 충분히 제공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부 도서관에서는 서가에 비치된 열람실에는 학습교재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책 관련 문화 프로그램 비중을 늘려 독서의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 공부를 위해 도서관이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도서관이 존재하는 본유의 취지를 살리자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용자 자유 침해 말라
하지만 정작 이용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일반열람실을 축소하거나,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도서관이 이용자들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의정부에 사는 취업 준비생 김 모(28)씨는 도서관에서 개인 공부를 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 도서관에서 토익과 면접 공부를 하는 것이 잘못된 이유를 잘 모르겠다.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사설 독서실을 이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자료도 많고, 이용도 편리한 공공도서관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어떤 곳은 서가가 비치된 열람실에서 책만 읽도록 통제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때 이용자의 자유를 침해당한 기분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본지에 제보한 익명의 독자 역시 일반열람실 사라짐 현상에 반대했다. “일반열람실에서 공부만 하라는 법은 없다. 이곳에서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의 교양을 쌓을 수 있다. 또한, 평일에는 직장을 퇴근한 성인들이, 주말에는 수업이 없는 학생들이 자기계발을 위해서 공부 할 수도 있다”며 “‘공부’를 영어·수학 과목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좁게 생각하는 도서관 관계자들의 인식의 한계가 유감스럽다. 넓은 의미의 ‘공부’는 독서·문화활동 등을 포함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작년 여름, 강릉에 위치한 한 도서관이 일반열람실을 설치했다가 이용자들의 원성을 산 적이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방문자가 많고, 활력 넘치는 분위기가 도서관의 장점인데 일반열람실을 만듦으로써 기존의 이용에 제약을 받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오히려 이용자가 일반열람실 개방을 반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용자와 도서관 상황을 고려해 열람실을 현명하게 운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어디까지나 도서관은 이용자의 만족을 고려해야하는 문화 서비스 기관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toward2030@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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