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 졸업 뒤풀이
끝장 졸업 뒤풀이
  • 조순옥
  • 승인 2010.03.02 1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라는 ‘졸업식 노래’가 끝나면 졸업생들은 답가로 ‘잘 있거라,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라고 불렀던 학창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졸업시즌에 중학생들의 충격적인 끝장 졸업 뒤풀이 동영상이 이슈로 등장했다.

공부에 대한 압박감, 제약과 억압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내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의해 밀가루 뿌리기, 얼굴에 먹칠하기 같은 뒤풀이는 이미 고전이 돼버렸다.

20여명의 남녀 중학생이 한 여중생의 교복을 강제로 벗기고 머리에 케첩을 뿌리는 동영상이 등장하고 반라(半裸)로 거리를 활보하거나, 교복을 가위와 면도칼로 찢고 바다에 빠뜨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라(全裸)의 여학생들까지 등장하는 등 엽기 졸업식 뒤풀이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는 보도는 어른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경찰서에 불려온 가해 학생들인 1년 선배 고등학생들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끝장 졸업 뒤풀이가 왜 자신들에게만 문제가 되느냐”며 오히려 억울해했다. 

이런 끝장 졸업 뒤풀이는 예전엔 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최근엔 중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좋은 대학 진학 여부는 이미 중학교 때 결정 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때 이미 진로가 결정 났기 때문에 대학에 스트레스가 고등학생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흡연과 폭력도 중학생을 중심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학생들이 일탈행위를 하게 만든 환경을 먼저 반성해야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에는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목표가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날들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청소년 시기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이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때문에 놀 때도 행복하게 잘 놀아야 한다. 그래서 호이징하는 『호모 루덴스』에서 ‘누구도 놀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아마 누구든지 마음만 내킨다면 정의, 아름다움, 진리, 착함, 마음, 신 따위의 거의 모든 추상적인 것을 부정할 수 있겠지만 놀이는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놀이를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정신”을 인정하게 된다. (중략) 동물은 논다. 그러므로 틀림없이 동물은 기계적인 물체 이상이다. 인간은 놀며, 논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므로 분명 인간은 이성적 존재 이상이다. 왜냐하면 놀이란 비이성적인 것이기 때문이다.’(요한 호이징하, 『호모 루덴스』, 까치, 1993, 12~13쪽)라고 정의하고 있다.

놀이하는 인간이지만 이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 이상이기 때문에 살아가는 場이 먹고 마시고 놀고 춤추고 게임하는 향락의 놀이터가 아님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법적으로 처벌해도 졸업식 뒤풀이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먼저 자신의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럴 때 목표를 가지고 창조의 공간에서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끝이 아니라 출발선상인 졸업식부터 세상을 향락의 놀이터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산다면 결코 보람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나갈 수 없음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알아갔으면 좋겠다.

젊음은 젊음 그 자체로 권력이며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 놀아라! 놀되 논다는 사실을 알고 놀아라. 

 / 조순옥 편집위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