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문화예술계, 봄은 언제 오려나
멍든 문화예술계, 봄은 언제 오려나
  • 강인해
  • 승인 2010.03.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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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수장’ 예술위 사태 장기화 예상
뿔난 작가회의, 정부 지원금 수령 거부키로
[독서신문] 강인해 기자 = 한국 문화예술계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한 지붕 두 수장 사태에 휘청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지원금 지급 조건으로 불법집회 미가담 가입서를 요구받은 한국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를 비롯한 문예단체,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마찰을 겼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등 봄의 길목에 들어선 지금 문화·예술계에는 아직도 찬 서리가 내리고 있다.
 
■위원장 사퇴공방… 첨예한 대립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홍길, 이하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예술위 업무보고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이날 김정헌·오광수 예술위 위원장이 나란히 업무보고에 참석하면서 여야 의원들이 위원장들의 거취를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야당은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해서 오 위원장이 자진 사퇴를 하고, 김 위원장이 정식으로 업무보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예술위 전체회의에서 나온 오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기로 한 결정을 존중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여야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다 보니 수수방관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화부)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예술위의 상황을 ‘재미’로 치부하는 유인촌 장관과 예술위의 회의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신재민 차관의 태도를 지적한 송훈석 의원은 “이번 사태해결에서 문화부가 발을 빼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모습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사상 초유의 한 기관 두 위원장 체제가 발생해 정책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 사과하지는 못할망정 물 건너 불구경하는 문화부의 태도에 비판을 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 장관은 지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나도 복잡하고 안타깝다”며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내기 전에 우리 입장도 좀 들어보고 협의했으면 이렇게 복잡해지진 않았을텐데, 섭섭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뿔난 작가회의, 지원금 수령 거부
한국작가회의(이사장 구중서, 이하 작가회의)도 뿔났다. 작가회의는 지난 20일 열린 정기총회서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정부 지원금 수령을 거부하고 앞으로 ‘저항의 글쓰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예술위가 ‘시위 불참 확인서’ 제출을 요구했다가 철회하고 사과한 데 대한 작가회의의 경고로 해석된다.

작가회의는 예술위가 문예단체에 시위 불참 확인서 제출을 요구한 것은 단지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힌 점에 분개해 이 같이 강경한 대응을 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도종한 작가회의 부위원장은 “유인촌 장관은 ‘불법시위를 하거나 반정부적 행위를 하는 단체에게 정부지원금을 주지 않는 것은 맞고 다만 그 방법이 잘못됐다’고 하지만 찬성하는 곳에는 지원금을 주고 반대하는 곳에는 지원금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도 부위원장은 유 장관이 ‘자신에게 확인서를 쓰라고 했어도 신경질이 났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우리는 신경질 부리는 것이 아니고 분노하는 것”이라며 강한 반발심을 드러냈다.

따라서 예술위 관계자가 작가회의 사무실을 방문해 지원금 3천400만원을 예정대로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작가회의 측은 “이번 일이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는 다른 단체의 문제도 함께 푸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고사했다.
 
■영진위 사업자 선정 파행 논란
영진위의 사업자 선정 파행도 도마에 올랐다.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선정 과정에서 난데없이 선정방식을 변경하고 자격미달인 사업자를 선정해 시민들을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영진위가 이번에 미디어센터의 새 사업자로 선정한 시민영상문화기구(이사 시영)는 연관 활동이 전혀 없는 기관으로 공모가 나기 6일전에 급조된 단체고,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인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 역시 작년 11월에 설립된 운영자로서의 경력이 입증되지 않은 조직이다.

이러한 영진위의 결정에 반발하는 시민단체가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영진위는 ‘영상미디어센터 공모절차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혀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희문 위원장은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사업자 선정, 시네마테크전용관 공모 등과 관련해 여러 논란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사업들이 합당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밝힌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정방식을 지정위탁 방식에서 공모제로 전환했고, 심사과정에서 1차에서 꼴찌를 했던 서류가 2차에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심사위원이 변경돼 나타난 결과”라며 주위의 의혹을 일축했다.
 
문화부 산하 단체와 문화예술계의 갈등이 증폭되자 정부의 책임론이 더욱 거세게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문화부가 고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갈등의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예술계의 봄날은 언제 올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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