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는 ‘느림’의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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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둥절한 제자가 “무슨 소리입니까? 불철주야로 노력하는데 왜 더 오래 걸리는 겁니까?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빨리 도를 이루고 싶습니다”라고 하자 스승은 “그렇다면 앞으로 300년이 걸리겠구나”라고 답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급하면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다.
일본의 이나식품 그룹의 회장인 츠카코시 히로시 역시 느림의 철학으로 회사를 경영해 창업 이후 50여 년 간 단 한 번의 적자도 없이 성장을 지속해왔다. 이나식품 그룹은 기업의 존재 가치를 직원의 행복과 기업의 영속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의 흐름과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저성장 시대에도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는 『나이테 경영, 오래가려면 천천히 가라』에서 자신의 경영 철학을 ‘나이테’에 비유한다. 나이테는 나무가 자람에 따라 반드시 생기는 것이고, 나무는 나이테만큼 조금씩 성장하는데 이런 모습이 회사가 나아가야할 ‘본연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바로 그의 지론이다.
성장에 있어서도 ‘느림’을 강조한다. 무리한 급성장은 회사의 몰락을 초래해 직원들과 거래처 모두 어려운 상황에 빠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의 존재 이유를 직원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급성장은 ‘독’이다.
만약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직원을 고용해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성장이고, 차후 일거리가 떨어졌을 때 직원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어 회사 본연의 사명인 ‘직원들의 행복’을 지킬 수도 없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러한 히로시 사장의 경영논리가 시대를 역행하는, 지나치게 원리·원칙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철학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장’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 나이테 경영, 오래가려면 천천히 가라
츠카코시 히로시 지음 / 서돌 펴냄 / 216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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