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꼬물 기어가는 머릿니 좀 있으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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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머리를 긁어 대느라 밤잠을 설친 마르셀은 엄마에게 머릿니가 생겼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전용 샴푸로 머리를 감겨 줄 테니 일단은 모자를 쓰고 학교에 다녀오라는 엄마는 이 사실을 절대 친구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이는 따돌림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 비롯된 엄마의 조언.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마르셀은 ‘머릿니’의 비밀을 친구들 모두에게 들키고 왕따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가만히 또래집단을 들여다보면 엉뚱한 사실이 진리처럼 여겨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선생님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 좋아한다’, ‘질문을 많이 하면 잘난 척하는 것 같아 싫다’, ‘덩치가 크면 싸움을 잘 한다’는 등 미숙한 판단력으로 내려진 그들의 생각이 집단의 지배적인 문화로 형성되곤 한다.
이 책에서 마르셀이 왕따가 된 이유도 또래집단의 비성숙한 판단력으로 생긴 오해다. ‘머릿니’는 누구나 생길 수 있고, 어렵잖게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반나절 동안이었지만 마르셀이 이 때문에 따돌림을 받아 힘든 하루를 보내야할 필요는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담임선생님 덕분에 모두 해결된다. 3학년 아들에게 생긴 ‘머릿니’를 옮아 선생님 역시 마르셀처럼 머리를 긁으며 수업을 하게 된 것. ‘머릿니’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선생님을 보면서 아이들은 다시 마르셀에게 다가간다. 마르셀의 여자친구 에르민은 직접 그의 모자를 쓰며 그 동안의 오해를 풀고,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이 책에 등장한 아이들이 ‘머릿니’가 무서워 마르셀을 멀리했던 행동은 부모님의 말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숙한 판단력을 가진 아이들일수록 그들을 대표하고, 지휘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지배를 받는다. 물이 잉크와 섞이면 순식간에 잉크색으로 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좋은 말과 행동을 해야하는 것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인 것 같다. 그런데 아이들은 알까? 이 숙명은 돌고 돈 다는 것을 말이다.
■ 마르셀에게 이가 생겼어요
크리스틴 누아예 지음 / 안느 라발 그림 / 이정주 옮김 / 개암나무 펴냄 / 40쪽 /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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