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
『좋은 이별』
  • 황정은
  • 승인 2010.01.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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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다른 이름은 ‘좋은 이별’이다

[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 “우리에게 사랑의 담론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치는 데 비해 이별의 언어는 기이할 정도로 빈약하다. 심지어 이별은 나쁜 것, 숨겨야 하는 것, 피하고 싶은 추악한 것처럼 인식된다. 우리 마음의 모든 문제는 잘 이별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고, 치유와 성장은 잘 이별하는 데서 비롯된다. 뒤늦게라도 잘 이별하면 마음이 건강해 질 수 있다.”

우리가 삶을 살면서 ‘좋은 이별’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침을 받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좋은 출발’, ‘좋은 시작’ 등의 외침만을 듣고 자란 우리는 사랑에 있어서도 순조로운 사랑의 시작에 대해 누누이 듣곤 하지만 그것을 올바르게 매듭짓는 방법에 대해서는 가르침을 받은 적이 적은 것이 불행하게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럴까. 이 세상에는 사랑에 서툰 이들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별에 서툰 이들도 참 많다.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단어 중 ‘만남’에 더 그 의미를 두는 우리는 ‘헤어짐’이 우리 인생에 주는 의미와 소중한 가치들을 상당 부분 간과하고 사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이별 장애’를 간파한 것일까. 이전에도 심리 에세이를 두 권을 펴낸 바 있는 김형경이 이별과 관련한 ‘애도 심리 에세이’를 펴내 많은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별에 서툰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은 좋은 이별이 관계에 끼치는 영향과 더 나아가 우리 인생에 주는 의미를 깊이 있고 따뜻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무수한 이별로 무수한 상처를 받은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위로를 건네고 있다.

“우리는 아예 이별이라는 경험을 마음 안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입 밖에 내지 않으며, 슬픔이나 고통을 토로하는 사람은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는 미숙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심지어 우리는 이별을 삶의 경험 중 하나가 아니라 특별한 패배의 경험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별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잃었다고 말하면서.”

저자는 서정주의 시「신부」가 이별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 모두에 대한 풍자같다고 이야기한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버렸습니다”로 끝나는 이 시에 대해 저자는 “제멋대로 오해하고 도망친 신랑도, 재가 되어 무너져 내릴 때까지 한자리에 앉아 있던 신부도 코믹 만화의 한 장면이 틀림없어 보였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우리는 왜 이별 후 감정, 즉 ‘애도’에 직면하지 못하는가. 작품은 이별을 하게 되면 사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면의 모든 감정이 일시에 솟구쳐 오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할 때와는 정 반대로 어둡고 혼돈스러운 내면으로 들어가 저 위에 열거된 것과 같은 부정적인 자기 모습과 만나게 되기 때문에 그것을 마주 볼 자신이 없는 우리는 아예 이별을 외면하고 지나간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혹시 지금 지독한 이별 후 후유증에 걸렸는가. 그건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만을 이르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 당신이 사랑하는 경험과 이별했다면 이젠 당당히 그 아픔에 당신만의 감정을 자유롭고 정당하게 분출하는 것이 어떨까.
 
■ 좋은 이별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61쪽 |12,000원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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