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 연재소설
[독서신문] 김나인 소설가 = 대부분 다양한 샴푸 냄새와 알코올 냄새가 좋았습니다. 나는 향기에 대한 그리움이 남다른 여자입니다. 그래서 많은 남자들을 겪으면서 냄새 맡기를 좋아했었죠. 산수유처럼 붉고 이팝나무처럼 푸석한 살결에서 재스민 향기가 나면 저는 흥분을 합니다. 냄새는 내게 무한한 상상력을 갖게끔 하죠. 새로운 세계라고 말할 수 있죠. 향기 속에 파묻혀 있으면 나의 피부는 갈색이 되고 검은 동공은 파래지며 머리카락은 노랗게 물듭니다. 동화속의 어린 소녀가 되죠.」
최다솜은 말이 끝나자 자기만족의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회보호사와 환자들은 진중한 자세로 경청을 하였다.
소년은 자신의 처지와 마찬가지로 최다솜의 삶을 안타까워했다.
「우리는 지금 좋은 교훈 한 가지를 배웠어요. 소년과 최가람의 이야기 속에는 존재감의 부재가 항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옆 사람과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세요. 눈과 귀가 있고 말을 할 줄 압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타인이 인식 속에 발견 되지 않으면 낯선 물건을 만진 듯 거부감과 무관심으로 외면당하고 잊히기 십상이지요.」
사회보호사의 날카로운 눈매가 둥그스름하게 커졌다. 여전히 환자들은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최가람은 불안한 자신의 내면에 혼돈과 갈등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성안드레아 정신병원을 퇴원하기를 바랐다.
궁극적인 묘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환자들이 야만적인 언어를 버리고 지배자들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었다.
아첨과 아부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지배자 사회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며 퇴원조치를 해 줄 것으로 믿었다.
그녀는 사회복지사의 강렬한 시선이 자신의 차례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한 편으로는 자신에게 애처로운 시선을 던지는 환자들을 배신하기가 두려웠다. 더욱 마음에 걸리는 사람은 단짝 친구인 최다솜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자기 자신 밖에 없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선택의 길로 가기로 작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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