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그램(큐브의 수수께끼) 19회
아나그램(큐브의 수수께끼) 19회
  • 김나인
  • 승인 2009.12.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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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인 연재소설
[독서신문] 김나인 소설가 = 단지 의붓아버지의 성적인 노리개로 전락했을 뿐이니까요. 항시 저는 감시를 받고 살았어요. 남자 친구를 사귈 수도 없었고 외박을 하면 이삼일은 방안에 감금되어 외출조차 할 엄두를 내지 못했으니까요.

간혹 남자친구를 만들어 그 남자친구를 이용하여 그 모두를 살해하고 싶을 정도이었으니까 제 분노는 용광로의 쇳물 보다 더 뜨거울 정도로 비교가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 무모한 시도도 해 보았으나 저를 위해 목숨을 담보로 지켜주는 남자는 없었어요. 의논을 하면 회피하거나 저와의 관계가 끊어지고 말았죠. 사실 포기하며 살았습니다.

핸드폰이 필요했고, 화장품과 액세서리 같은 장신구도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것을 의붓아버지는 구입하여 주었으니까요. 어느 날, 의붓아버지의 육체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가 싫었습니다.

그와 성관계를 할 때면 이상야릇한 냄새가 모든 환상을 떨쳐버리게 만들었지요. 고기 썩은 냄새. 아무튼 모과향의 비누거품을 사용해도 그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향수를 사용해도 그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정말 지독한 시궁창 냄새 같기도 하고. 더 이상 그와 성관계를 지속 할 수가 없더라고요.

어머니는 내 코를 의심하였지만 제 코는 정확했어요. 그의 육체가 썩어 가고 있으며 몸에도 벌레가 득실거렸습니다. 왜, 어머니는 냄새와 벌레를 발견하지 못한 것일까요. 되레 어머니는 의붓아버지의 몸에서 풍기는 샴푸와 비누 냄새가 향긋하다고 되묻더군요. 제 코가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코 인데 나만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일까요. 머리가 아플 정도의 지독한 악취냄새 때문에 저는 가출을 하였죠.

사실 돈 걱정은 없이 살았어요. 그러나 가출 이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몸뚱이를 파는 일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춘부가 된 것입니다. 매춘부 일은 썩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수많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하면서 남자들의 몸에서 물씬 풍기는 향기가 다양하고 색달랐거든요. 간혹 의붓아버지의 몸에서 나던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도 있었죠.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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