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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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신문
  • 승인 2009.11.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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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 이전에 이야기는 존재했다
이야기와 철학의 교직(交織),『서사 철학』
[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 일본의 유명한 장르문학 작가인 온다 리쿠는 ‘이야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설책 하나가 이야기로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온다 리쿠의 작품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그 내용과 창의성도 여느 작품과는 남달라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별명이 붙기까지 했다.
 
스토리텔링 대세의 시대다. 드라마의 인기가 날마다 치솟고, tv 속 광고와 뮤지션들의 뮤직 비디오도 한 편의 ‘극’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소비자들이 얼마나 이야기에 목말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이야기에 강력히 흡수되는 것은 ‘이야기’ 자체가 갖고 있는 힘 때문이다. 사건의 높고 낮음과 안과 밖을 모두 품고 있는 이야기는 어쩌면 사람이 갖고 있는 본능인지도 모른다. 한 인간의 일생을 길고 긴 백지위에 일렬로 늘어놓는다고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의 탄생부터 수차례의 만남과 이별, 결혼과 죽음까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듯, 이야기는 사람이 숨을 트기 시작해 그 숨을 거둘 때까지 줄곧 함께하는, 사람의 한 부분인 것이다. 어쩌면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리도 이야기를 갈급해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탐구의 아이리스’라는 부제로 전개되는『서사 철학』은 이야기가 대세인 시대를 관통하며 이야기 철학의 문을 열고 있다. ‘서사 철학’이란 말 그래도 이야기에 대한 철학적 관심과 연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개념의 예술가’로 자리매김한 철학자 김용석 교수가 창안한 개념이다.
 
“철학은 본질적로 삶의 문제와 함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문제없는 삶이란 없기 때문이죠. 삶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어 왔고 이야기를 위한 인간의 상상력은 천국이라는 허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렇듯 문제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문제풀이 속에서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찾는 거죠.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은 이 세상의 수많은 경우의 수 속에서 문제를 풀면서 인간적 ‘삶의 의미’를 포착하여 ‘삶의 재미’를 찾아왔습니다. ‘삶의 재미’는 모든 이야기 속에 있어야 하는 것이며 모든 이야기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구심력입니다”
 
이야기는 기존의 존재하던 것을 변형하는 것이 아닌 아예 존재하지 않던 것에서 존재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즉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작업이기에 그 어떤 것보다 경이로우며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없는 것을 꿈꾸는 능력,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에 인문학은 그래서 미래의 경제학이라 부를 만하다고 언급한다.
 
이 책은 일곱 개의 문화 장르인 신화, 대화, 진화, 동화, 혼화, 만화, 영화를 대상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일곱 개의 장르를 통해 신비와 합리, 말과 행동, 관찰과 개념, 현실과 환상, 시간성과 공간성 등의 테마를 도출하고 이렇게 이루어진 이야기의 세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실재와 허구’라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작품을 전개하는 저자는 이야기의 근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을 통해 철학과 이야기가 함께 공종하고 그것으로 서로를 탐구하는 것은 문화철학 방법론의 기본을 의미한다고 언급한다.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에 끌리는 사람들, 이 책을 통해 당신 안에 잠재한 이야기에 대한 본능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서사철학-이야기 탐구의 아이리스
김용석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 684쪽 / 25,000원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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