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동무
창경궁 동무
  • 독서신문
  • 승인 2009.11.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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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약함과 두려움을 대변한다”
우정 버리고 질투 선택한 소년 이야기
▲ 창경궁 동무     © 독서신문
[독서신문] 강인해기자 = 영화 <아마데우스>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질투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내용을 다뤘다. 요세프 2세의 궁정 음악장인 살리에르는 우연한 기회에 모차르트의 공연을 보고 그의 천재성에 감탄한다. 그러나 모차르트가 그의 약혼녀를 범하고 방탕한 생활을 거듭하자 그에게 천재성을 부여한 신을 저주하고 증오하기 시작한다.

빈곤과 병마로 시달리던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이를 본 살리에르는 모차르트가 아버지의 환영에 시달리도록 진혼곡을 작곡하도록 한다. 결국 모차르트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려 죽음을 맞이하고, 살리에르 역시 괴로움에 몸서리치다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하면서 끔찍한 말년을 맞이한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처럼 질투와 시기는 작은 차원에서는 인간 스스로를 괴롭히고, 큰 차원에서는 역사를 바꿀 정도의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질투가 얼마나 고약한 인간의 본성이면 셰익스피어는 희곡 「오셸로」에 “가능하다면 인간으로서, 질투만은 받고 싶지 않습니다”는 대사를 넣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질투의 역사는 피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왕의 혈통을 가진 정조를 시기한 정후겸의 이야기는 이미 tv 드라마 <이산>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도 익히 알려졌다. 정조와 정후겸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지진 않았지만 드라마 속 정후겸은 정조의 주변을 배회하면서 그를 왕에서 몰아내고자 하는 세력의 참모 역할을 한다.
 
정후겸은 이 세력을 등에 업고 자신이 왕좌에 오르고자했다. 양자이기는 하나 왕족인 옹주의 아들이기에 자신도 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결국 그는 정조의 손에 목숨을 잃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최근 발간된 『창경궁 동무』는 이렇게 질투에 불탄 정후겸의 이야기를 정후겸 본인의 시점으로 다뤘다. 몰락한 양반의 자식이었던 정후겸은 사도세자의 여동생인 화완 옹주가 양자로 들여 신분 상승의 꿈을 실현할 수 있었는데 그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못했다. 궁에 입궐한 그는 태생이 왕족인 정조 이산을 자신의 라이벌로 삼으며 자신은 왕이 될 수 없다는 열등감과 시기 질투에 몸살을 앓는다.

물론 시기심이 그를 온통 지배하기 전 두 사람은 창경궁을 누비면서 활도 쏘고, 글을 읽으며 동무로서의 우정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모함과 배신이 난무하는 궁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서로를 적대하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정후겸이 일방적으로 정조를 적대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이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느껴지는 불안함, 언제나 자신보다 높은 곳에 있는 동무에 대한 부러움, 모래성 위에 행복을 쌓은 것 같은 두려움이 그를 시기와 질투에 눈 먼 동물로 만든 것이다.

작가는 정후겸의 내면을 세밀하게 파고들어 그에게 감추어진 번민과 욕심, 질투를 사실감 있게 끄집어낸다. 그리곤 정후겸의 가장 깊은 내면에 존재한 잔재는 바로 나약함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참 나약한 존재다. 하지만 나약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정말 고약한 것은 나약함이라는 실체에 끌려 다니면서 타인의 불행을 바라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나보다 나은 누군가를 질투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럴 땐 나약함에 눈멀어 자신을 더 불행의 늪에 빠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의 내면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을 어떨지.

창경궁 동무
배유안 지음 / 생각과느낌 펴냄 / 200쪽 / 9,000원
 
toward2030@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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