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 그 뒤의 회의
이혼한 엄마를 따라 도시로 이사를 온 에밀은 엄마가 일하는 동안 언제나 혼자 놀아야 해 매우 심심해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사람의 옷을 입은 펠리칸을 보게 되고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마침 펠리칸도 인간이 되고 싶었던 지라 둘은 금세 친해지게 된다.
오페라 <마술피리>를 본 펠리칸은 아름다운 공연에 흠뻑 빠져 인간에 대해 더더욱 경외감을 갖기 시작하고 진짜 인간처럼 돈을 벌며 도시에서 살아나간다.
그러던 중 펠리칸은 에밀을 통해 글자를 배우기 시작한다. 글을 배운 후 역사와 과학, 종교,죄와 벌 등에 대해 점차 깨달아가게 되는 펠리칸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양면성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신문을 접하면서 인간에 대한 회의감은 극에 달하게 되고 에밀의 도움으로 동물원을 탈출해 펠리칸은 본래의 고향인 바다로 돌아간다.
작품에서 펠리칸은 인간의 도시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시내를 활보하지만 그가 새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어른은 아무도 없다. 이미 삶에 지칠 대로 지쳐 자신들의 생계와 살아가는 것에만 급급한 어른들은 펠리칸에게 관심을 기울일 여유도 없으나 오직 아이들만은 그가 새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펠리칸이 인간사회에서 살기위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바로 ‘글자’임을 내비친다. 따라서 작품 속 펠리칸은 인간이 이룬 학문적 업적을 되는 대로 전부 섭렵하지만 결정적으로 인간의 생활사를 담은 신문을 읽고는 큰 회의감에 사로잡힌다. 신문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과 극단적인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접했기 때문이다. 가식적인 사랑과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자유하지 못하며 부자연스러운지를 동물을 통해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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