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행복하지 못한가
왜 나는 행복하지 못한가
  • 독서신문
  • 승인 2009.11.02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대적이고 객관적인 행복에 대한 담론
[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 언젠가 한 방송에서 인간이 느끼는 만족에 대해 다룬 것을 본적이 있다. ‘당신은 얼마가 있으면 행복 하겠습니까’라는 주제 하에 전개된 내용인데 그 방송에서 행한 한 가지 실험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얼마를 소유하면 행복할까’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지표로 나타내기 위해 갓난아이들을 놓고 실험을 한 것이다.

실험의 대강은 이렇다. 아직 몸을 엎을 줄도 모르는 신생아들이 누워있을 때 아이들 위로 움직이는 모빌을 비치한다. 처음에는 하나만 있는 모빌을 달아놓은 후 그 다음에는 2가지 모양이 있는 모빌, 그 다음에는 세 가지 모양이 있는 모빌을 아기에게 보여준다.

모빌의 수가 늘어날 때마다 아이는 더욱 흥미로운 반응을 보이며 적극적인 관심을 표현한다. 하지만 세 개의 모양이 있는 모빌을 보여준 후 도로 한 개만 달린 모빌을 보여주자 아이는 금세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아이가 만족하는 모빌은 더 이상 한 개가 아닌 세 개가 됐기 때문에, 한 개의 모빌은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해진 것이다.

그 후 다시 보여준 실험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선생님이 제시한 과제를 잘 해결했을 때 아이에게 상을 주는 실험인데 선정된 아이에게 실험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참 잘했으니 상을 하나 주겠다’며 작은 사탕 하나를 주자 해당 아이의 표정은 그야말로 흐뭇해진다. 하지만 잠시 후 자기 자신 다음에 상을 받은 친구가 선생님으로부터 자신의 것보다 더 큰 사탕을 받는 것을 보자 아이의 표정이 갑자기 굳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불만족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에 이른다.

이처럼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도 드러나듯이 이 세상에 절대적인 행복과 만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행복은 남이 갖고 있는 소유와 타인이 느끼는 행복에 견주어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왜 남보다 행복하지 못할까. 하이코 에른스트의『왜 나는 행복하지 못한가』는 이처럼 남보다 불행한 나를 돌아보며 내용을 전개하는 심리학서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원한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지금보다’ 행복하거나 ‘남보다’ 행복하기를 원한다. 사람이 눈에 보이는 것을 손에 쥐기를 원하는 존재인지라 자신의 것이 남의 것보다 더 큰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비교하는 것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인 셈이다.

저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행복의 법칙이 얼마나 위험한지, 현대인을 만족스럽게 하고 균형 잡힌 삶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려주면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현재보다 이 삶에 더 만족하고 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의미에서 행복의 심리학에 대해 나열한 인문서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현재 행복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많은 경우 행복이란 그저 긍정적이고 즐거운 경험만을 통해 온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행복이란 짧은 순간의 즐거움과 긴 시간의 지속성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좋은 경험이 누구에게나 자주 찾아오는 것은 아닌 만큼 그렇다면 여기서 행복을 느끼는 데 가장 중점이 되는 것은 ‘지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똑같은 행복을 경험했다 할지라도 그것을 더 오래 지속하는 사람이 결국은 더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경험을 하는 것이 그 사람의 능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지속하는 힘은 결국 그 사람의 잠재력이나 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다. 어려움 가운데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 그는 어떤 환경에 처했을지라도 혹은 어떠한 삶을 살지라도 늘 여유 있고 풍요로운 인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언급하고 있다.

“행복은 살벌한 세상에 맞서는 처방전이나 해독제 같은 것이 아니다. 행복이란 인생의 마땅한 목적지이지만 오직 순탄하고 곧은길만 걸어서는 도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행복은 하나의 프로젝트라기보다는 거기서 나오는 부산물 같은 것, 이를테면 잘 산 인생의 잉여물 같은 것이다. 행복이란, 인생 전체에 퍼져 있는 행복한 순간들을 단순히 합산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다”
 
 
■ 왜 나는 행복하지 못한가
하이코 에른스트 지음 / 김시형 옮김 / 열대림 펴냄 / 320쪽 / 13,800원
 
<chloe@readersnews.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