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폰 잔폰 짬뽕
차폰 잔폰 짬뽕
  • 독서신문
  • 승인 2009.10.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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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단지 먹는 것 아닌 먹고 먹히는 것의 형상화
인문학적 음식학 주장하는 주영하의『차폰 잔폰 짬뽕』

[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 세계화다. 문자 그대로 이것을 풀이해보면 세계가 서로 화합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것은 서로의 물건을 나눠 사용하기 시작했음을, 즉 ‘교류’가 공식적이고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전초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자국에서 나는 물건보다 지구 반대편에서 나는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현상도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자국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사람들의 입지는 세계 저편에서 건너온 물건으로 인해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동안의 역사상 서로에게 부단한 영향력을 끼쳐 온 한․중․일 삼국의 관계를 음식을 통해 풀어보는 작품이다. 3국의 음식문화는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선보여 왔고 그 역사가 또한 3국의 음식에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이러한 음식문화의 변화 등을 보며 사회현상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저자의 관점이 그대로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국민국가가 형성된 이후 동아시아 각국은 가기 국가 내 주변부를 중앙으로 통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민족 음식 또는 지역 음식을 ‘국가’라는 정체성 아래 합치고 그 결과 로컬푸드 시스템은 점차 약화됐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과거 소규모 단위의 자급자족적인 음식 생산․소비․유통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고 다국적 식품기업이나 강대국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세계화된 음식’이라고 명명한다. 이것인 사람들의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언급하면서 현대 사회의 음식은 주권이나 인권의 문제와 직결된 정치경제학의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음식이란 더 이상 곪은 배를 채우는 것이 종국의 목적은 아니다. 1차적인 목표는 될지 몰라도 결국은 하나의 문화코드로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은 오늘날에서만 깨달아지고 부각된 것이 아니다. 본문에 따르면 중국도 예전부터 음식을 자민족의 정체성을 날조하고 전통을 창조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 예를 들어 원래 두부는 유목 민족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음식인데 한족의 독창적인 발명품으로 둔갑시킨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음식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면서 자국의 문화가 잠식당하거나 날조당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로컬푸드 시스템’을 되살리자고 언급한다. 로컬푸드 시스템이란 소규모 지역권에서 주민들 스스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우리의 식량자주권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대안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단지 음식을 먹을 것으로만 접해온 당신이라면, 이 책을 통해 진지한 고찰과 함께 좀 더 거시적인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 차폰 잔폰 짬뽕
주영하 지음 / 사계절 펴냄 / 300쪽 / 16,000원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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