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비극적인 현실에 뿌리를 두고 집필한 작품. 오랫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으며 독립 후에는 미국이 후원하는 독재자들의 통치아래 고통을 겪었던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작품은 전개된다. 부정부패가 일상화 되어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아구스티나와 그의 어머니 에우헤니아, 할아버지 포르툴리누스는 이러한 세상에서 미쳐버린 사람들이다. 아구스티나는 어린 시절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위선적인 부르주아 어머니 밑에서 유년기를 보내게 된다. 이처럼 불우한 유년기를 거치고 점점 자라는 아구스티나는 문학 교수이자 남편인 아길라르의 극진한 사랑을 받지만 그녀를 둘러싼 모든 상황은 점점 악화되기만 한다. 이 소설은 아구스티나의 광기 어린 모든 상황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가면서 무자비한 폭력과 집단의 광기가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 때 인권 운동가로 활동한 작가의 경험을 보여주듯 독재정권과 폭력 속에서의 공간과 고민, 좌절과 갈등을 섬세하교 날카롭게 파헤치는 작품이다.
 
■ 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펴냄 / 408쪽 /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