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은 걷고싶다
북극곰은 걷고싶다
  • 독서신문
  • 승인 2009.09.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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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appear, Disaccord, Dystopia
사라진 기후와 사라진 호수, 그리고 남은 인류

[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 지구 온난화의 문제가 언제부터 불거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학교 수업을 통해 선생님으로부터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는 이유’와 ‘지구 온난화가 주는 폐해’ 등에 대해 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당시 선생님의 발언은 그 어떤 사채업자의 협박보다도 두려웠으며 엄마 손에 이끌려 이빨을 뽑으러 가는 ‘치과 가는 날’보다 더 무서움으로 다가오곤 했다.
 
뻥 뚫린 지구의 구멍을 통해 쏟아 붓는 자외선에 피부를 오래 방치하면 알 수 없는 반점이 조금씩 생기다가 결국에는 피부암까지 발병하게 되고, 피부암이 걸려서 겪게 되는 고통스러운 나날에 대한 선생님의 리얼한 설명은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을 방불케 하는 초특급 호러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그러한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잘 살아오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의 문제에 대한 경각심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등장한 엘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의 <불편한 진실>은 사람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킬리만자로, 몬타나 주 빙하국립공원, 콜롬비아 빙하, 히말라야, 이태리 령 알프스 등 거대한 빙하와 만년설을 가진 곳이 점점 녹아내려 심각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를 불러온 현장을 고발했다.

이처럼 각종 영상과 책으로 밝혀지는 지구 온난화의 현실. 그 연장선상에서 출간된『북극곰은 걷고 싶다』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직접 현장을 오가며 온난화에 대해 집필한 작품으로 작가는 책을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언급하고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주도하는 자연 착취 체제는 시공간의 안정성에 균열을 일으켰다”고 이야기한다.

지구의 북극에서 남극까지 저자가 직접 두 발을 디디며 취재한 기록과 거기서부터 나온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들려주는 이 작품은 북극곰의 수도로 불리는 북극권의 작은 소도시에서 시작해 한국의 강원도 고성에서 진행되는 온난화로 인해 명태가 사라져가는 현실을 언급하고 있다.

이 작품이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외국의 사례로만 구성된 것이 아닌 지구 온난화의 현실을 대한민국도 피해갈 수 없음을 현실의 사례를 들어가며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명태는 빙하기가 끝난 뒤 1만년 동안 여름에는 북극의 차가운 바다에서 살다가 겨울에는 동해의 서늘한 바다로 내려오곤 했는데 쿠릴 한류가 쿠로시오 난류와 마주치는 지점까지 남하했다. 그 이상 내려가면 너무 뜨거워서 명태가 살 수 없는 조건이 되므로 곧 동해는 명태의 남방 한계선인 셈이었던 것이다.

1970년대만 해도 명태국을 지겹도록 먹었던 기억이 있고, 산 명태를 무와 함께 끓인 국이 늘 밥상에 오를 정도로 당시에는 명태라는 것이 도처에 널려있을 정도로 흔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옛날 같지 않다. 저자가 2006년 명태를 보러 고성에 갔지만 명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라지고 있었으며 당시 명태 어획량의 감소율은 절정에 달했다고 한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 차가운 오호츠크해에서 지내다가 너무 차가워 지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남쪽으로 내려오는데 이제는 겨울에도 바닷물이 따뜻해져서 명태는 그야말로 갈 곳 없는 신세가 돼 버린 것이다.

남획과 지구 온난화. 이 두 가지 원인이 명태를 사라지게 만들고 결국에는 수입된 명태를 갖고 명태축제를 열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한 것이다.

북극곰이 걸을 수 없는 북극. 자신이 그동안 밟아온 땅을 디딜 권리를 빼앗긴 북극곰처럼, 우리 인간도 그동안 걷고 뛰던 그 공간을 점차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작품은 진지하게 묻고 있다.
 
chloe@readersnews.com
 
 
북극곰은 걷고싶다
남종영 지음 / 한겨레출판사 펴냄 / 326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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