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그냥 싫어!”
‘왕따’ 사건을 두고 펼쳐지는 진실게임
‘왕따’ 사건을 두고 펼쳐지는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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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돼서 생각하면 그 정도쯤이야 별 문제 되지 않는다고 웃어넘기기 십상이지만 현재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이러한 상황을 인생의 중대한 문제로 여기고 있다. 게다가 ‘이지메’라고 불리는 왕따 문제가 한국 사회의 크나큰 근심거리로 떠오르고 있지 않은가. 부모가 없다든지 장애를 가지고 있다든지 심지어 아무 이유도 없이 작정하고 친구들을 홀대하는 경우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 집단 따돌림이 큰 문제가 되고 있기에 최근에는 ‘왕따 예방’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치에에게 밝은 웃음이 떠난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그런 치에에게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가즈오는 “난 네가 그냥 싫어!”라며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한다. 이러한 가즈오의 주변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넘치지만 치에에게는 아무도 없다. 선생님조차 더 이상 치에의 편이 아니다.
왕따 문제를 현실적으로 조명한 ‘치에와 가즈오’는 왕따를 당하는 치에, 왕따를 괴롭히는 가
즈오, 왕따를 도와주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교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왕따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대로 이야기는 밝지 않다.
“어휴, 냄새! 치에, 넌 정말 냄새가 지독해!” (본문 8p)
"죽여 버릴 거야!“ 치에는 뾰족한 연필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가즈오는 안간힘을 다해 팔로
막으려고 했지만 치에는 그 팔을 뿌리치고 가즈오의 가슴께를 연필로 찔렀다. (본문 52p)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기노시타 선생님은 엉겁결에 치에의 볼을 찰싹 때리고 말았다. (
본문 61p)
‘아이들 동화가 왜 이리 무거울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억지로 재미를 유도하거나 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의 무게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저자 역시 “여러분이 이 이야기를 읽고 치에와 교코와 괴로워하는 가즈오 편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여러분의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 편에 서서 왕따를 없애기 위해 용기있게 움직여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아이들의 고통을 통감하는 효과를 기대했나 보다.
책가방에 든 책의 무게가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아이들은 그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자신의 짐을 타인의 어깨에 내려놓으려 한다. 그 속에서 어긋난 기쁨과 만족을 느끼듯이.
최근 따돌림 당하던 두 여고생이 동반 자살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려면 날개가 필요해”라는 이 책에 나오는 노랫말처럼 그들은 날개를 펼치고 슬픔 없는 자유로운 하늘로 날아가고 말았다. 그들이 내려놓은 짐의 무게를 이제는 우리가 서로 나눠 가져보면 어떨까.
■ 치에와 가즈오
오카 슈조 지음 / 하세가와 슈헤이 그림 / 고향옥 옮김 / 시공주니어 펴냄 / 108쪽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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