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별명 꿀꿀이
세 번째 별명 꿀꿀이
  • 독서신문
  • 승인 2009.09.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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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먹지 않은’ 돼지가 ‘꿀꿀이’ 된 사연
올망졸망·올레졸레 남과 북 동화
▲ 세 번째 별명 꿀꿀이     ©독서신문
[독서신문] 강인해기자 = ‘귀엽고 엇비슷한 아이들이 많이 있는 모양’ 올망졸망의 북한말은 ‘올레졸레’. ‘올망졸망’에서는 아이들이 입속에 꿀떡을 가득 넣고 오물오물 거리는 모습이, ‘올레졸레’에서는 새끼오리가 엄마오리를 쫓아가는 것처럼 포동포동한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발음의 차이는 있지만 남쪽이나 북쪽이나 아이들 무리를 표현하는 말의 어감은 이처럼 귀엽고, 재밌다.

‘남북 어린이가 함께 보는 창작동화’, ‘남북 어린이가 함께 보는 전래동화’ 등 남북동화를 꾸준히 소개한 사계절 출판사에서 이번에 ‘올레졸레 북녘동화 올망졸망 남녘동화’ 7권을 출간했다. 이 시리즈에는 남과 북의 요즘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다양하고도 유익한 덕목을 골고루 알려주는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세 번째 별명 꿀꿀이』에는 북쪽 작가가 쓴 동물우화 3편이 소개된다. 과도한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주제와 권선징악의 교훈을 배울 수 있는 작품들로 돼지가 ‘꿀꿀’밖에 하지 못하게 된 사연, 게으른 너구리의 최후 등을 북한 고유의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세 번째 별명 꿀꿀이」는 “하늘로 문을 낸 집에서 모직 양복에 뾰족구두를 신고 꿀만 찾으며 사는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돼지는 무척이나 욕심 사나운 동물로 그려지는데 돼지의 첫 번째 별명은 먹을 것을 다른 동물들과는 나눠 먹을 줄 모르고 남산만 한 배를 잡고 빈둥거려 ‘뚱보’이고, 두 번째 별명은 주인 말을 듣지 않아 심술쟁이, 건달뱅이로 불리다가 ‘돼먹지 않은 놈’의 첫 글자와 셋째 글자를 따서 현재 우리가 부르는 ‘돼지’가 됐다.

그렇다면 세 번째 별명인 ‘꿀꿀이’가 된 사연은 무엇일까. 멍멍이와 염소 아주머니가 앞뒷문을 통해 먹을 것을 구걸하러 오자, 화가 난 돼지는 주인에게 부탁해 앞뒷문을 모두 없애 버렸는데 정작 동물들이 떡이랑 호박을 갖다 줘도 문이 없어 받지 못하게 된다. 결국 꿀을 먹어야 낫는 병에 걸렸는데 그때부터 꿀을 찾다가 다른 말은 다 잊어버리고 “꿀꿀”하는 말밖에 할 수 없어 ‘꿀꿀이’라는 세 번째 별명이 생겼다. 과한 욕심을 부리다 혼쭐난 돼지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 외에도 우연히 숲에서 평범한 감투를 줍게 된 너구리가 다람쥐의 장난으로 도깨비감투가 된 줄 알고 그 감투를 쓰고 남의 잔칫집에 가서 도둑질을 하다 붙잡힌 「너구리와 다람쥐」, 다람쥐가 발견한 탁상시계가 ‘따르릉’ 소리를 울리자 기절한 너구리가 할아버지에게 잡혀가는 「그들은 왜 무서워했나」를 꾸미지 않은 수수한 그림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시인 도종환은 추천의 말에서 “북쪽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는 대체로 담백하면서도 잔잔한 재미가 있습니다”면서 “결국 아파 누워서 꿀만 찾으며 꿀꿀거리고 사는 돼지이야기에서 북쪽 사람들과 남쪽 사람들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고 전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남과 북이 나뉘어져 살아왔지만 각각의 곳을 채우고 있는 아이들에게서 ‘다름’이 아닌 ‘같음’을 느꼈다면 이것은 우리가 원래 둘이 아닌 하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나뉨의 거리는 아직 멀지만 이렇게 남과 북의 동화를 교류하는 계기를 확대하면서 책과 이야기만큼은 분단의 거리를 뛰어넘고, 더 많은 남녘과 북녘의 이야기가 올망졸망, 올레졸레 모이기를 희망해본다.

세 번째 별명 꿀꿀이
지홍길·김신복 지음 / 김성민 그림 / 사계절 펴냄 / 196쪽 /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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