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화해
용서와 화해
  • 김성현
  • 승인 2009.08.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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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현 목사     ©독서신문

김대중 前 대통령의 서거 이후 용서와 화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된다. 누구보다 큰 고통을 받았고, 누구보다 어려운 길을 갔던 그였기에 누구보다 그의 말이 갖는 힘은 권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는 신군부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았고, 그 이전에는 중앙정보부에 의해 바다에 수장될 위기에 놓이기까지 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말하는 용서와 화해는 그 의미가 결코 가벼울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피해자인 그의 용서와 화해라는 말은 가해자들의 근본적인 돌이킴이 있어야 그 의미를 제대로 갖게 된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용서를 말하는 것은 그만큼 깊은 성찰과 치유의 과정을 거친 것인데 가해자들은 별다른 노력없이 용서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산다면 큰 모순일 수밖에 없다.

영화 <밀양>에서 자식을 죽인 가해자를 용서한다는 말을 하려고 교도소로 면회를 갔던 그 어미가 가해자가 먼저 스스로 자신은 용서를 받았다며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서는 할 말을 잃는다. 결국 용서하려고 갔다가 오히려 큰 충격에 빠지고 그로 인해 하늘을 원망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된다. 피해자가 진정으로 용서하기 전에 가해자가 스스로 먼저 용서를 받았다고 하니 우선순위가 바뀐 게 아닌가.

서거 정국이 지나자마자 한나라당은 용서와 화해를 입에 올리며 등원을 촉구하는 형국이다. 용산참사나 미디어법 등의 악법을 그대로 놔둔채 이전의 시간을 모두 잊자는 식이다. 이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용서와 화해를 이용하는 것이지 바른 후속 행동은 아니다. 잘못 간 길을 되돌아 와서 다시 출발해야 바른 길을 가는 것이다. 이것이 성서에서 말하는 회개의 원 뜻이다.

겉모습이 어떠하든 중요한 것은 내면의 상태이다. 바른 돌이킴 없이 바른 전진은 어렵다. 용서와 화해를 말한 이를 진정으로 추모하고 그 뜻을 새기고자 한다면 다시 시작해야 할 일이다.

 / 김성현 선한이웃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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