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인교수     ©독서신문

얼마 전 지인들과 조촐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은 언제나 일상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물론 여행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가족들과 함께 가는 나들이나 피서로부터 학생들의 수학여행, 꿈 같은 신혼여행 등등. 각각의 여행마다 여행은 모두 장점이 있고 특색이 있다. 일행이 있을 경우 동행과의 우정을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홀로 떠나는 여행도 이런 여행 가운데서 빼놓아서는 안 된다. 여행이란 지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여 낯선 곳에서 쉰다는 의미도 있겠으나 그런 것은 여행이라기보다는 휴식이나 관광, 여흥, 나들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여행은 언제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아온 나가 떠나기 전의 나와 똑같다면 그것은 여행의 엄밀한 의미를 충족하지 못한다. 떠나기 전과 돌아온 후의 사람이 완전히 똑같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더 큰 변화와 의미를 주는 여행이 있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왔을 때, 그 여행의 의미는 상당히 축소되어 재충전과 휴식의 의미는 가질지언정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여행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휴식의 즐거움이 새롭게 일상을 시작하도록 만들어주지만 그 충전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금세 방전되어 버리기 일쑤다.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면 어쩌면 여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행이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일상이 아닌 ‘다른 곳’을 경험하는 맛인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말 더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어떤 풍경을 보든 그것을 감상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능력)가 더욱 중요한 것이리라. 아무리 좋은 곳을 가도 그곳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상태. 그것은 마음의 지옥(혹은 불행한 상태)일 것이다. 일상을 그 자체로 여행이 되도록 하는 힘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 이재인 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