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스타, 마릴린 먼로②
섹시스타, 마릴린 먼로②
  • 신금자
  • 승인 2009.08.17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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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금자[수필가·본지 편집위원]     ©독서신문
7년만의 외출


마릴린 먼로는 법적으로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했다. 그 중 둘 다 재혼이었던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의 결혼생활이 그녀에게 있어서 짧았지만 일생을 통해 가장 인간적인 만남이 아니었으랴.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로 명성을 날렸던 디마지오는 우연히 야구장에 초청된 먼로를 본 후 밤낮 애를 태웠다. 그녀를 한번 꼭 만나보고 싶었다. 이에 지인들이 슬며시 언론에 흘렸고 그 추측성 보도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금세 퍼져나가 급기야 영화제작사가 이벤트성 만남을 주선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둘은 어울릴 수 없는 불통지대였다고나 할까? 먼로는 스포츠를 잘 몰랐고 디마지오는 영화에 관심이 없었음은 물론, 보수적인데다 현모양처를 원했던 모양이다. 그러니 전 국민의 아이콘이었던 두 사람이 서로를 잘 모르고 살았던 것만도 특종감이긴 하다. 문제는 언론과 대중들이 편리한대로 스포츠계의 빅 스타와 할리우드 섹시스타간의 화려한 만남으로 극성스런 포장을 한데서 기인한다. 결국 미남인 디마지오의 멋진 매너와 끈질긴 구애로 그녀가 청혼에 응했지만 그리 성급하게 포장해서 꿰매질 일은 아니지 않은가.

염려했던 결혼은 오래지않아 탈이 났다. 마릴린 먼로의 전설적 영화 <7년만의 외출>을 모를망정 그녀가 환풍구 바람에 하늘로 솟구치는 하얀 치마를 두 손으로 살짝 누르는 장면을 보지 못한 이는 없을 것이다. 그녀가 뉴욕의 지하철역 통풍구에서 그 유명한 장면을 찍던 날, 군중들은 마릴린 먼로의 치맛자락이 올라갈 때마다 환호를 질러댔지만 그 광경을 지켜보던 자존심 강한 디마지오의 심정은 어땠겠는가.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마릴린 먼로에게 그 영화를 그만두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꿈을 향해 치닫고 있던 터라 막무가내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 신문, 방송은 그 환풍구 장면을 자꾸만 내보내 마릴리 먼로는 이제 전세계 남성들을 흥분시켰다. 기어이 화를 억제하지 못한 디마지오는 마릴린 먼로에게 손찌검을 하고 말았다. 얼굴을 내놓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멍투성이가 된 먼로는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그에게서 냉정하게 돌아섰다. 결혼 한지 9개월여 만이다.
 
 
사랑했지만

디마지오는 먼로를 달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휴가를 떠났지만 끝내 한 사람의 아내보다 ‘만인의 연인’을 택한 마릴린 먼로를 남편 디마지오도 어찌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렇지만 그가 먼로를 지극히 사랑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마릴린 먼로는 이혼한 이듬해에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극작가 ‘아서 밀러’와 세 번째 결혼을 했지만 디마지오는 평생 재혼을 하지 않은 채 그녀만을 향한 해바라기 순정을 바쳤다.

1961년 1월, 먼로가 ‘아서 밀러’와 이혼을 하자 그는 한달음에 그녀에게로 가 재결합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1962년 8월 5일 그녀가 사망하기까지 1년 6개월여를 그녀는 거의 혼수상태로 지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녀가 알게 된 ‘케네디’ 家의 형제 품에서 순진하게도 비상을 꿈꾸다가 버려져 냉정을 잃었던 때가 아닌가.
그 때문에 못내 뿌리치는 그녀를 디마지오가 다 안고 가기로 한다. 그 재혼을 사흘 앞두고 그녀는 약물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등졌다.

마릴린 먼로가 죽었을 때 그녀가 사랑한 남자들은 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았던가? 그들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비보에 득달같이 달려와서 그녀의 슬픔과 외로움을 극진히 품어서 묻어준 이가 있었으니 유일하게 그녀를 사랑한 남자 디마지오였다. 그리고 그녀의 무덤 앞에 늘 싱싱한 장미꽃이 놓여졌다. 최소한 1999년 디마지오가 ‘마릴린을 만나러갈 수 있게 되었다’는 유언을 하고 떠날 때까지…
 
 
그녀는 이미 무대를 떠났다

닫힐 듯 빨갛게 터져 있는 뇌쇄적인 그녀의 입술, 그 입술 언저리에 슬쩍 올라앉은 백치의 먹빛 점.  언제부턴가 그녀의 온전한 심리 상태에선 볼 수 없지 않았을까. 아, 그녀가 전설처럼 떠오른 동기는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스스로 그 묘한 분위기를 즐겨하기엔 적잖이 무리가 따랐다. 그녀도 매일 반복되는 섹스심벌로서의 역할이 지치고 짜증스러웠다. 그래봤자 대중들은 그녀에게 더 깊고 더 뜨거운 것을 기대하고 이제 그녀도 그 요구를 다 들어주어야한다기보다 어떤 핑계로든 피하고 싶을 뿐이다.
 
분명히 대중들은 컴컴한 극장에서 그녀의 벌거벗은 육체에 열광하면서도 낮에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창녀라고 손가락질을 해대니 왜 아니 그렇겠는가. 여자는 자신이 강하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외로워진다고 하였다. 그녀도 한없이 외로운 자신을 안으로 감추다 그리 떠돌았으리라. 아마 그랬으리라. 
 
                                                                                   - 다음호에 계속 -


                                          / 신금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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