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적령기 남녀의 앙큼한 속내, <웨딩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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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황정은 기자 = ‘사랑이냐, 우정이냐, 그것도 아니면 돈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시대 여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일까.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파헤치고 들어가 보면 여우도 그런 여우가 없다. 여성들의 심리를 그린 많은 작품과 소설이 나오고 있지만 이와 같은 ‘여자 해설서’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여자’라는 종족의 정체를 그 누구도 속 시원하게 설명하기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사실,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는 말이 딱 정답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기에 남자친구가 아이스크림을 사갖고 왔는데 갑자기 뾰루퉁해지며 ‘갑자기 초콜렛이 먹고 싶어졌는데, 왜 내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거야?’라는 어불성설을 내놓는 ‘여자’라는 종족들. 실은 그들도 자신을 잘 모르는 게 아닐까. 그래서 식당에서 하염없이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백화점에서 하염없이 매장을 서성이며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르고 또 골라보지만 결과는 늘 ‘아쉬움’이다.
스물아홉 여자들의 결혼을 앞두고 벌어지는 온갖 해프닝을 그린 뮤지컬 <웨딩펀드>는 조금은 과장을 시켜놓았지만 이시대의 여성들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옛 연인을 수많은 세월이 흐른 가운데도 마음한구석에 담고 사는 세연과 시험을 준비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결혼을 하염없이 미루고 있는 정은, 오랫동안 백조로 남아있는 공주병 지희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서른을 넘기기 전 여자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들은 10년이 넘도록 함께 해온 친구들이다. ‘웨딩펀드’를 함께 들어 훗날 먼저 결혼하는 친구에게 그것을 모두 넘겨주기로 하지만 막상 공주병 지희가 얼마 전 선 본 남자와 결혼할 것이라고 선포하자 나머지 두 친구 세연과 정은은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그들이 지금껏 모은 3,825만원이 고스란히 지희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 만큼 지희보다 먼저 결혼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그러나 오랫동안 시험 준비로 인해 정은을 기다리게 한 그녀의 남자친구는 이미 다른 여자가 생겼고 마지막 희망인 세연은 누군가를 만나보려고 할 때마다 이런저런 장벽에 걸리고 만다.
그녀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결혼일까, 아니면 3,825만원이라는 웨딩펀드일까. 사실 이 공연에서 적지 않은 금액의 웨딩펀드는 그녀들이 결혼을 ‘해야만 하는’ 하나의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나 그것은 허구의 장치에 불과하다. 실은 그녀들은 ‘진정한 사랑’이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속내를 꽁꽁 숨기는 것에 더욱 익숙한 그녀들은 ‘웨딩펀드’를 핑계 삼아 자신들의 결혼을 합리화 하고 또 그것을 마음껏 표출한다.
이 공연은 그야말로 유쾌 그 자체다. 한시도 눈을 때지 못하게 하는 네 주인공의 다채로운 연기와 화려한 조명, 귀에 쏙쏙 들어오는 리듬.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라인은 이 시대 외로운 여성의 마음을 웃음으로 한껏 드러내고 표출시킨다. 한바탕 크게 뿜어내는 웃음과 함께 이 시대 결혼에 관한 자화상도 곱씹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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