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책]한국시인협회의 『니 언제 시건들래?』
[추천의 책]한국시인협회의 『니 언제 시건들래?』
  • 독서신문
  • 승인 2009.06.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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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사) 한국시인협회회장
▲     © 독서신문
시의 장르에서는 ‘표준어’라는 개념은 무의미하다. 오밀조밀한 사랑과 슬픔의 정서를 어떻게 표준에 맞추어 토로 할 수 있겠는가. 사회적인 규범으로서야 그와 같은 표준이 필요할지 몰라도, 시는 인습이나 제도적인 금기를 넘어서는 초문법적인 높이를 숙명적으로 지향하는 것임을 생각할 때 시의 언어는 언제나 현실 앞에 금 그어진 표준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아스라한 지평을 꿈꾸며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표준어의 울타리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의 말은 방언이라고 부르지만 이 말 자체에 스며있는 비표준어를 가볍게 보는 태도는 늘 못마땅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방언을 ‘토박이말’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하게 되면, 바로 표준어와 방언을 두루 감싸는 어머니의 품 속 같은 넉넉한 모국어의 숨결이 저절로 배어나오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으로 상처 난 우리 모국어를 되살리고 우리가 태어나서 자란 이 땅의 흙냄새가 마냥 묻어나는 토박이말로 시를 쓰는 것은 시인이 짊어진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모국어를 지키는 불침번이 되고 파수병이 될 때 시인의 품격과 위의가 한결 살아나는 것임을 생각할 때, 우리 겨레의 꿈과 눈물과 한숨이 배어있는 토박이 우리말로 시를 쓰는 것이야말로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시대참여적인 임무라고 생각한다.

분단된 조국이라는 기막힌 역사가 시인의 무변무애한 하늘을 가리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비춰볼 때 언젠가는 다가올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시인의 시정신은 우리의 모국어를 보듬어 품는 일로 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통일은 국토나 정치형태의 통일이 아니라 모국어의 통일어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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