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캐는 영적인 이집트 기행 - 폴 브런튼 「이집트의 신비」
신비 캐는 영적인 이집트 기행 - 폴 브런튼 「이집트의 신비」
  • 독서신문
  • 승인 2009.04.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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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책] -(鄭 木 日수필가.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폴 브런튼의 「이집트의 신비」는 일회성 일과성적인 스케치에 불과한 기행문이 아니다. 온 몸과 정신의 집중력을 투입하여 신비와 불가사의를 풀어낸 기록이다. 보통의 기행문이 사전 지식과 한 번의 답사만으로 씌여지곤 했지만, 폴 브런튼의 기행문은 명상 탐험인 동시에 치열한 체험의 결과로 얻어진 진실의 발견이자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폴 브런튼의 「이집트의 신비」(정신세계사.1994)는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기쁨과 놀람으로 몸을 떨게 했다. 폴 브런튼은 1898년 런던에서 태어나 1981년 스위스 베베이에서 타계하였다. 1935년에 출간된 「인도의 명상」을 비롯하여 1952년에 출간된 「인간 영혼의 위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13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브런튼은 요가와 명상을 서구에 소개하였고 그 철학적인 배경을 비전문적인 언어로 설명해 준 저자로 널리 인식돼 있다.
 
 그가 글을 쓰는 방식은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몇 구절식 메모해 두는 식이었다. 편지봉투나 신문지 귀퉁이 같은 곳에 끼적여지곤 했다. 그것을 나중에 타이프 쳐진 후 내용별로 분류되었다. 그는 이것을 편집하고 문장을 가다듬어서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묶어낸다.
 
 그는 인도에서 시골 작은 산자락에 살고 있던 성자 라마나 마하리쉬를 만나게 되었고, 이 인연을 통해 명상과 수련과 영성의 세계를 얻게 되었다. 그가 영적인 수행을 닦은 후에 다시 내면의 부름에 따라 나서서 둘러본 영혼의 순례기가 「이집트의 신비」였다. 여기서 그는 속인들과는 다른 차원의 영적 감수성과 놀라운 투시 능력, 그의 개인적 천착의 결과인 방대한 관련 지식과 다년간 기자생활로부터 다듬은 집요한 취재기법을 동원하여 관광객들이 볼 수 없는 곳들을 발견하여 보여준다.
 
 영혼의 눈이 어두운 현대인들에게는 불가사의일 뿐인 피리미드외 스핑크스, 아득한 고대 이집트문명의 수수께끼를 잊혀진 비전의 열쇠로 하나하나 풀어준다. 이것은 단순한 지리적 기행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 존재의 영원한 화두를 더듬는 영혼의 기행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폴 브런튼의 「이집트의 신비」를 기행문학의 정점으로 인식하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기행문은 대개 여행, 답사의 기록이기 때문에 일과성적인 성격을 지닌다. 여행의 경우는 오래동안 관찰, 조사, 연구, 체험의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렇기에 작자의 총체적인 지식과 안목에 의한 순간적인 스케치로 씌여지는 것이 보통이다. 더군다나 단체여행일 경우는 개인적인 관심과 주제 탐구에 매달리기가 불가능하다.
 
 폴 브런튼의 「이집트의 신비」는 간단한 답사만으로 씌여질 수 없는 글이다. 기행문이기 전에 명상, 탐구, 체험의 기록이며 영성과 신비에 닿아 있다. 그는 피리미드의 바깥만을 보려 하지 않고 내부, 다시 말하면 영혼을 알고 싶어 했다. 피라미드의 가르침은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향해 눈울 돌려야 하며 자신 존재의 중심부를 탐험하여 영혼을 찾아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린튼은 스핑크스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무수히 그 앞에 갔다.
 
 동이 트는 아침, 태양이 작열하는 정오, 저녁 노을 속에서 스핑크스가 영원의 하늘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짓는가 살펴 보았다. 꽃 피는 봄에, 비내리는 날에, 바람이 부는 날에 가보았다. 가까이서 보고, 멀리서 바라보았다. 그는 사막의 스핑크스가 되어 영원의 하늘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진 끝에 스핑크스의 영혼과 교감할 수 있었다. 일회성적 관찰만으론 도저히 미칠 수 없는 세계인 것이다.
 
 그는 기행에 체험과 명상을 끌여들여 찰나를 영원으로, 외양이 아닌 내부, 일부가 아닌 전체, 겁데기가 아닌 영혼을 보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것은 깨달음의 세계이고, 지적 흥분만이 아닌 영원 교감의 희열을 안겨주는 놀라운 기행문학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기행문은 실제로 목숨까지를 걸고 진지하게 체험을 통해 탐구하고 명상한 세계를 기록한 것이다. 영혼의 탐색이며 명상기행문이라고 하는 게 적절하다.
 
 폴 브런튼의 「이집트의 신비」는 이집트 거대 유적의 비밀과 정신적 유산의 신비를 깨는 영적인 이집트 탐험이며, 폴 브린튼의 기이하고 영성에 가득 찬 영혼과 체험을 교감할 수 있다. 지적인 편린과 체험의 세계 외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모험과 영혼 교감과 신비를 안겨주는 기행문의 금자탑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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