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아주 가벼운 깃털하나』
공지영의 『아주 가벼운 깃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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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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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권하는 한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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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이라지만, 잠시의 여유가 있을 때면 과거로 돌아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마다 나의 책장에 앉아서 빙그레 웃고 있는 수필집을 든다. 여러번 읽고 또 읽어도 늘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따끈한 찐빵 속 단팥과 같은 은근한 기대와 달콤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소설의 허구에 빠져 밤을 새우고 또 수업시간까지 끌고 가서 종말의 바다로 풍덩 뛰어 들어 허우적거리다가는 선생님께 혼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한창 일할 나이라 생활에 틈이 없어지면서부터 나는 소설보다는 시나 수필을 읽게 되었다. 

시를 읽고 나지막하게 암송하다보면 가슴을 찌르는 아픔과 동시에 시원한 감정의 해소를 느끼게 한다. 그 강렬함과 사뭇 다른 잔잔히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파도 같은 감동은 수필이 아니면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많은 소설가와 시인들이 수필집을 내고 있다. 수필을 전문적으로 써오던 수필가들과는 다른 맛이 난다. 시인의 수필 속에는 어쩔 수 없는 시어들이 뛰어다니고 소설가의 수필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시원스럽다. 그동안 공지영의 소설은 부드러운 문체와 섬세한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을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가끔씩 작가에게 농락당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독자를 흔들고 있다는 묘한 질투심까지 느껴왔다.

이번 수필집 『아주 가벼운 깃털하나』에서도 소설에서와 같이 부드럽지만 강렬하게 끌어당기 동질감을 뽑아낸다. 조금 아쉬운 점은 청소년이거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에서와는 다른 강한 자기주장이 펼쳐지고 있으며, 삶에 대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 모든 일들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교묘하고 복잡하고 섬세하나 정말 확고하게 모든 이들에게, 특히 정서적으로 도덕적으로 굶주린 약한 영혼들에게 스며든다. 나는 구치소에서 그 사람들을 만나며 앞으로 수많은 ‘묻지마, 범죄가’가 일어날 것을 예견했다. 내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바보가 아니면 그건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필집 후반부의 「누구에게나 슬픔과 기쁨과 절망이 온다」 중 일부이다. 작가의 삶에 대한 철저한 가치관을 독자에게 요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회가 올바르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규칙은 지켜져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 그 질서와 규칙이 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수시로 상황 논리에 의해 변해가는 사람들의 도덕적 판단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시대적 양심을 버리고 있지 않은가 돌아보게 하고 양심을 저버린 지금 이 시대에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는 작가의 모습은 단호하다.

공지영의 수필집은 단번에 끝 페이지까지 읽지 않기를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생선토막을 꺼내어 석쇠에 구어 먹듯이 한토막 한토막 읽어 나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의 물결은 존재하는 모든 가치들이 공동의 협력에 의해 밀고 나가는 운명적 법칙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미래도 과거도 분명히 존재하며 그 속에는 또 다른 시간의 운명적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수필에 빠져들게 되면서부터이다.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삶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수필을 권하고 싶다. 먼저 태어나 살아본 사람이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을 제시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목표의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조용하게 알려주는 지침이 바로 수필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 박희영 충남 예산고 교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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