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싯달타』
헤르만 헤세의 『싯달타』
  • 윤연모
  • 승인 2009.01.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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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권하는 한 권의 책
나는 헤르만 헷세와 만나기를 좋아한다. 헤세는 나의 젊은 날에 『싯달타』, 『나르찌스와 골드문트』, 『데미안』등의 작품 속에서 나의 친구, 나아가서 위대한 스승이 되어 주었다. 그 중에서 내가 고민하고 방황할 때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은 단연코 『싯달타』이다.

나는 주인공인 싯달타가 되어 친구인 고오빈다와 함께 고행하며, 기생카마라에게 사랑의 방법을 배우고, 카마라에게 사랑의 대가를 지불하기 위하여 돈 많은 상인 카마스바미를 만나서 돈을 벌고, 불타와 만나 논쟁하고, 강가에서 흐르는 물을 보고 시간을 생각하며 지혜를 얻었다.

『싯달타』는 헤세가 인도 정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썼지만, 단순한 불교 예찬이 아니다. 오히려 싯달타라는 자아를 통하여 끊임없이 바라문교와 불교에 대결한다. 책의 제목을 불타로 하지 않고 도를 이루기 전의 싯달타라고 하여, 싯달타가 해탈하기까지 고행과 타락을 통하여 깨닫고 지혜를 얻는 과정 즉 ‘생성하고 변화하는 인간’을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바라문의 아들인 싯달타가 부모를 버리고 출가한 스님(사문)이 되어, 부귀 영화도 버리고 자아 발견에 대한 욕구 때문에 고행을 한다. 싯달타는 깨달은 바가 있어 고결하고 지혜로운 마지막 스승인 성자 불타까지 버린다. 싯달타가 스승의 가르침을 통하여 배우려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자아(自我)였다. 자아의 발견이야말로 얼마나 위대한 과업인가. 개인적으로 종교가 무엇이든 우리 모두의 인생이 고해이고, 고행을 통하여 자아 발견이 가능하다.

완전한 인간이 되려면, 될 수록 많은 스승을 모셔야 한다. 싯달타는 사문의 스승, 기생, 상인, 도박꾼, 강(江)과 같은 여러 부류의 스승을 모시게 된다. 우리는 처음부터 완전한 사람이 아니고, 어려서 부모에게 의지하고 배우며, 자라서 많은 스승의 도움을 받아 하나의 인격체가 된다. 또 그렇게 배운 것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며 완전한 인격체가 되어간다.

지식은 남에게 전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할 수 없다. 지혜는 체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나는 교단에서 지식을 가르치지만 지혜를 터득하는 법을 알려주는 현자가 되고 싶다. 삶의 현장에서 지식보다 지혜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고행하는 싯달타이다. 하지만 언젠가 나의 진정한 자아를 찾고 지혜도 얻을 것이다.


/ 윤연모 서라벌고 교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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