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계의 신비한 풍광이 낳은 첩보와 사랑 이야기
장가계의 신비한 풍광이 낳은 첩보와 사랑 이야기
  • 안재동
  • 승인 2008.11.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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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박사 손정모의 장편소설 『별난 중국 천지』 ◀
▲ 손정모 소설가     © 독서신문
이학박사이자 경기 광명 진성고 교사로 재직 중인 손정모 소설가의 네 번째 소설집 『별난 중국 천지』가 도서출판 천우에서 신간으로 나왔다.

지난 2000년 순수문학사를 통해 『달 그림자』, 2001년 문학21사를 통해 『섬과 나그네』, 2006년 도서출판 천우를 통해 『황색 갈매기 날다』를 각각 세상에 선보인 이래 이번에 다시 『별난 중국 천지』를 자신 있게 상재함으로서, 끝없는 창작 의욕과 깊은 작가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국내 문예지에 단편소설을 34편씩이나 발표한 점도 특기할 만한 일이다.

『별난 중국 천지』는 광활한 땅 중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첩보와 사랑 이야기를 아주 흥미롭게 구성한 장편소설이다.

 
양쪽 첩보원들 간에 시비가 생긴 모양이다. 대번에 양쪽 배가 술렁대더니 총성이 일기 시작한다. 대만의 첩보원들은 10명인데 비해 일본의 첩보원은 5명이다. 총성이 일자 양쪽 배에서 괴인들이 쓰러져 나뒹군다. 괴인들의 일부는 물에 떨어져 내린다. 상천 일행은 숨을 죽이며 괴인들을 줄곧 지켜본다. 바로 이 때다.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기세로 폭음이 터진다.

―‘장가계의 변란’ 중에서

 
구인환 소설가는 ‘첩보와 사랑의 연쇄적 성취의 지평’이란 제하의 평설에서 말한다. “손정모 작가의 장편소설 『별난 중국 천지』는 다른 장편과 같이 그 굵직하고 유연한 톤으로 다가오는 문체에 끌리면서, 그 광활한 무대에서 동서로 연계되는 사건의 연쇄에 현혹하게 된다. 겉으로는 국가의 운명이 달린 첩보를 얻기 위한 피어린 사투가 전개되는 표면적 구조를 흥미 있게 진행하면서도 국경을 초월한 사랑과 우정의 교호적 성취로 심화시켜 과학과 관련된 첩보소설의 흥미를 유발하여, 인생의 존재적 의미가 응축된 사랑의 성취의 심각한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느닷없이 상천은 심각한 근심에 잠긴다. 혹시 첩보 취재를 한다는 것도 과대망상증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과연 장가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첩보거리가 되기나 한 것일까? 비슷한 시기에 세 여인들을 연인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체도 정신병이 아닐는지? 현실감각을 상실한 사람이라면 정신병의 관점으로 주시할 인물이라고도 생각된다.

―‘그리운 빛살’ 중에서

 

이 소설은 내용의 중심이 첩보와 사랑 이야기에 있는 만큼 전편에 걸쳐 시종일관 긴장감이 유지된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재밋거리가 아니라 서사 구조의 높은 문학적 특질도 지니고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독자들은 아마도 이야기의 끝을 향해 탐독을 좀처럼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손 작가는 소설에서 단순한 이야기의 흥미로운 구성에만 집중하지 않고 중국이란 나라, 그 속에서 우리가 몰랐던 기묘한 사실들을 작가적 시각에서 요소요소에 묘사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감흥을 일게 한다.

 
상천이 다시 한 번 고원의 정상 주변을 산책한 뒤다. 자신의 의식을 찾고 깨어난 동굴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섬과 같이 고립된 고원이지 않은가? 산사태가 일어난 상황에서 자신의 몸뚱이가 어떻게 허공을 날았을까? 상천은 기억을 더듬어 본다. 산사태의 토사물에 깔려 실신하면서부터였다. 어떤 기억 다발을 송두리째 상실한 부분이 있었다. 그게 뭔지를 시간이 지날 때마다 조금씩 반추해 보는 상천이다.

―‘고원의 바람결’ 중에서

 
장편소설 『별난 중국 천지』는 300여 페이지에 이르는 긴 분량인데, ‘산사태’, ‘지하통로’, ‘고원의 바람결’, ‘황색단의 공작’, ‘은밀한 대결’, ‘휘감기는 기류’, ‘다채로운 적응 방식’, ‘그리운 빛살’, ‘대외로의 반향’, ‘계림 축제’, ‘장가계의 변란’, ‘국내 귀환’ 등 모두 12개의 소주제로 구분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 손정모 소설가의 『별난 중국 천지』 표지     © 독서신문
손정모 작가는 책머리에서 말한다. “중국의 장가계는 천하제일의 풍광을 자랑하는 지역이라 일컬어진다. 그곳을 오랫동안 벼르다가 얼마 전에야 다녀오게 됐다. 과연 입이 벌어질 만큼의 장관이요, 황홀하기 그지없는 풍광이었다. 기봉들 위로는 수시로 산안개가 피어 신비한 정경을 연출하기에 바쁘다. 한마디로 별천지를 대한 느낌에 가슴이 터질 지경이었다. 작가란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기 마련이다. 장가계의 풍광이 내게 준 영감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손 작가의 말대로라면, 중국의 장가계가 손 작가에게 얼마나 큰 작가적 영감을 발흥케 했는지가 쉬 상상이 된다. 다시 말하면 손 작가의 눈에 비친 그런 장가계의 놀라운 풍광이 소설 『별난 중국 천지』가 세상에 나오게 된 가장 큰 동인과 배경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소설은 구성상, 소설의 특징인 허구가 아니라, 무대나 배경 등 상당부분 실존적 또는 체험적 소설이기도 하리라.

 
의식 절차가 끝난 뒤다. 상천은 온전한 인간으로서 다시 태어났음을 스스로 느낀다. 앞으로도 새롭게 바뀐 멋진 풍도의 인간으로 살 작정이다. 상천은 오늘의 의식을 치른 일을 일기장에도 남긴다. 훗날에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한 자세로 살겠다고 다짐한다. 대자연에게 의식을 올려 새로운 비상을 경건히 알린 상천이다.

―‘장가계의 변란’ 중에서

 
손 작가는 밝힌다.

“소설의 형상화에는 충분한 경험과 관련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작가는 꾸준히 낯선 환경에서 체험을 해야 한다. 체험의 분야에는 다양한 영역이 포함되며 작가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다. 이런 험난한 수련 과정 중에서도 작가에게는 평생의 과제가 있다. 현실의 개성 있는 묘사와 실상에 대한 생명력 부여라는 점이다.”

손정모 소설가는 경남 진주 출생으로 부산대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면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소설가로서의 본격 활동은 월간 《문학21》소설부문 신인상 수상을 통한 데뷔부터였고, 월간 《문학세계》에서는 시부문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동부그룹 소속 동부화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역임한 바가 있고, 현재 경기 광명 진성고 교사(학년부장)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장편소설 『달그림자』, 『섬과 나그네』, 『황색 갈매기 날다』와 시집 『새벽 바다』 등이 있으며, 국내 문예지에 단편소설 34편을 발표한 기록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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