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방식의 차이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
  • 김성현
  • 승인 2008.08.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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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의 一事一言
▲ 김성현 목사     ©독서신문
사랑하면 그 어떤 차이도 보이지 않고, 계산을 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태생도, 출신도, 성격도, 관심사도 판이하게 다른 남녀가 어떤 계기로든 만나고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거쳐 서로를 알아가면 이후에는 진지하게 인생을 계획하며 결혼을 선택하게 된다. 결혼을 할 즈음에는 모든 것이 잘 맞을 듯 하고 서로에게 너무나 소중하여 그 어떤 아픔과 힘겨움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아닌 기대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연애하는 남녀는 결혼만 하면 깨가 쏟아질 줄 안다.'라는 착각에 대한 유머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세월이 지나면서 당연히 무너지기 마련이고 그 이후로는 지혜로움과 사랑의 깊이 등을 통하여 극복하거나, 무덤덤하게 그냥 지내거나, 심하면 서로 딴 길을 가게 된다.
 
 이성을 만나고 처음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 시기에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뇌에서 분비된다. 도파민은 정상적으로 뇌에 존재하는 호르몬으로 운동기능과 기분 등을 조절하는데  특히 뇌의 보상 회로인 '쾌락중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종의 행복유발 물질이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점점 빠져들어 갈 때는 도파민의 분비가 많아지면서 연인의 얼굴만 보아도 행복해진다. 이어서 뇌에서 페닐에틸아민이 만들어지면서 사랑의 황홀감에 빠져든다.
 
 아무리 보아도 또 보고 싶고,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황홀감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이다. 이땐 이성으로 제어하기 힘든 열정이 분출되고 행복감에 빠진다. 페닐에틸아민은 엔돌핀과 같은 천연 마약의 분비를 높여 우리를 행복감에 젖게 한다. 이 물질이 바로 사랑의 기쁨과 충족감을 가져다주는 사랑의 묘약인 셈이다. 그러나 마약처럼 뇌에서도 내성이 생겨 더 이상 페닐에틸아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된다. 결국 사랑의 열정은 식을 수밖에 없다.
 
열정이 식는다고 해서, 더 이상 두근거리는 끌림이 없다고 해서 사랑이 끝나지는 않는다. 사랑은 열정적인 애정으로 시작해 친밀감으로 바뀐다.시간이 지나면서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인 친밀감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때 작용하는 물질이 바로 옥시토신이라는 사랑유지 호르몬이다. 옥시토신은 연인들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해 관계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이 호르몬 덕분에 열정적 감정이 끝난 뒤에도 남녀는 사랑을 유지해갈 수 있다. 타오르는 열정이 아니더라도 친밀감 역시 사랑의 감정이다. 옥시토신은 페닐에틸아민으로 인해 금방 뜨겁게 달구어진 사랑이 좀 식더라도 온기로 오래 보존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이런 사랑의 묘약에만 의존할 수 없는 것이 부부간의 관계가 아닌가.

 개리 채프먼에 따르면 사람마다사랑의 언어가 있는데 각자 갖고 있는 그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를 모르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되고 그런 과정이 누적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채프먼이 말하는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는 긍정적인 말(사랑한다는 표현, 칭찬 또는 짧은 편지나 카드를 받는 것 등), 질적인 시간(방해받지 않는 시간에 얼굴을 마주보고 1대 1로 대화하기, 함께 산책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사랑을 느끼는 언어), 선물(특별한 때나 특별한 때가 아닌 경우에도 선물을 받으면 사랑을 느끼는 언어), 봉사행위(집안 일을 잘 도와주고 친절행위를 함으로써 사랑을 보여주고 느끼는 언어), 신체적 접촉(만지고 다독거리고 껴안아 주는 접촉을 통해서 사랑을 느끼는 언어) 등이다. 문제는 부부간에 일치하는 사랑의 언어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봉사행위를 사랑의 언어로 가지고 있는 어떤 남편은 힘들게 일하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바로 온갖 여러 가지 일을 다 처리하는 등 열심히 아내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질적인 시간을 사랑의 언어로 가지고 있는 아내로부터 이혼을 제기 당하는 처지에 이르기도 하는 것이다.
 
 남편은 정말 열심히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수고하였지만 아내는 그것이 아닌 질적인 시간에서 채워지는 것을 기대하고 있기에 아내는 채워지지 않는 허함을 느끼는 것이고 서로 일치하지 않는 이런 부분 때문에 결국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서로 사랑의 언어가 다르고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면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유지되고 발전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기준을 본인이 아닌 상대방에게 두고 그에게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사랑의 방식이 지극히 본인중심적이게 되면 결국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이는 결혼생활을 포기하거나 그만하자는 것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사랑이 방식의 문제는 비단 부부 간의 경우에만 한정하여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모임을 하든 그 안에서 자기중심적 사고와 행동은 늘 문제를 일으킨다. 지도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이는 결국 민심이반을 낳기 마련이다.
 
 지도자가 국민을 사랑하지 않을 리는 없겠으나 차라리 사랑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는 정말 잘못된 사랑의 방식을 가진 이가 아니겠는가. 상대방에 맞춘 배려와 정성은 가정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적용되는 부분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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