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文藝誌)에 대한 생각
문예지(文藝誌)에 대한 생각
  • 이병헌
  • 승인 2008.07.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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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     ©독서신문
우리나라 최초의 문예지 《창조》가 나온 이후에 지금까지 많은 문예지가 창간되고 또 폐간되기를 계속하고 있다. 《창조》이후에 《개벽》, 《장미촌》, 《백조》 등 많은 문예지가 창간되어 문인들의 논과 밭의 역할을 해 왔고 또한 일제시대에 저항시를 발표하여 우리 민족의 혼을 잇는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문예지 덕분에 우리 민족의 문학이 가시밭길을 이기고 좋은 토양을 만들어왔다고 생각이 된다.

이러한 문예지가 지금은 수 백 종이 된다고 한다. 종합문예지로는 《현대문학》이나 《문학사상》 등의 월간 문예지, 《창작과 비평》이나 《문학동네》 등의 계간 문예지를 위시해서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문예지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심상》이나 《현대시》 등의 시 전문지가 있는가 하면 《수필문학》 등 수필 전문지도 있다. 물론 아동문학이나 평론 혹은 소설 전문지도 있는데 이와 같이 수 많은 문예지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문예지가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많이 배출한다는 의미에서는 좋은 쪽으로 생각이 가능하겠지만 각종 문예지를 통해서 등단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만 가는 것을 그리 좋게만 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문예지가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출판계에서 몇 년 지내다 보면 출판의 생리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이것은 문예지를 출판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생각이 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예지 제작에 몇 년 참여하여 그 과정에서 원로문인들을 포함한 문인들을 많이 알게 되고 편집과 출판에 대한 자신이 붙으면 자신도 출판사를 차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예지를 발행하는 경우 3~4년이 고비라고 한다. 그동안만 운영을 잘하면 중간에 무너지는 일이 드물다고 하는데 그것은 객관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사실 처음에 의욕을 가지고 문예지를 내는 것은 비빌 언덕이 있을 때 더 가능하다. 문예지를 발행하는 발행자나 관계자는 많은 문학 모임에 단골로 참석하여 자신이 발행하는 문예지 홍보에 열중한다. 그리고 원로 문인들에게 고문직이나 이사직 혹은 심사위원으로 위촉해서 자신이 발행하는 문예지에 깊이 간여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사실 이름만 빌려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떤 문인은 몇 개의 문예지에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는 경우가 있다.

문예지를 발행하는 출판사에서는 신인상을 많이 내는 것이 재정상 유리하다. 한 번 발행할 때에 10명의 신인상을 낸다면 출판비를 빼고도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보통 신인상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이 등단한 문예지를 적게는 수십 권 많게는 수백 권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 경우가 모든 문예지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한 권에 만원이라면 백 권이면 백만 원이고 신인상을 열 명 냈으면 천 만 원이 된다. 이러니 신인상을 많이 주려고 생각하는 발행인이 많을 것이다. 사실 서점을 통해서 팔리는 문예지의 양은 그리 많지 않으니 거의 모든 부분을 신인상을 받는 사람들이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신인상의 절차를 거쳐서 등단한다. 신인상은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시의 경우 작품을 십 여편 보내면 그 시에 칼질을 해서 신인상을 주는 경우도 보았다. 이는 진정한 신인상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발행인이나 주간이 열심히 뛰어야 많은 신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은 하나의 법칙이 되고 있다.

어떤 발행인은 지방에서 발행한 동인지에서 전화번호를 알아내 흥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예대학을 운영하거나 각종 문학동아리에 많이 참석해서 자신이 속해있는 단체에서 신인상을 받을 사람들을 찾아내는 경우도 많이 있다. 요즘은 인터넷 카페나 홈페이지를 운영해서 그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자신이 발행하는 잡지의 신인상을 타도록 하기도 한다.

발행자나 주간의 노력은 대단하다. 신인상을 줄 마땅한 사람이 없게 되면 문예지를 발행할 수 없고 결국은 문을 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출판사를 운영하다보면 많은 경비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직원들의 인건비 그리고 사무실 임대비와 인쇄료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니 필자들에게 고료를 지급하는 문예지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료는 발행한 문예지로 대신 보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숱하게 발행되는 문예지에서도 생존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판사마다 경쟁적으로 신인상 받을 신인들을 불러 모아 매월 판으로 찍어내듯 문인들만 양산해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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