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
빛과 어둠
  • 황인술
  • 승인 2008.07.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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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보존욕구

▲ 부천 상동 산돌교회 전경     ©독서신문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 목적과 사람들이 이룩할 수 있는 모든 선 가운데 최고는 행복”이며, 소포클레스는 “생각해 보게나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훌륭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은 오래오래 사는 것을 행복하다하여 수복(壽福)을 빌었다. 수(壽)는 ‘오래도록 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영생(永生)이나 무한(無限)과는 다른 개념으로 생(生)과 멸(滅)을 분명하게 전제하고 있으며, 생은 살아간다는 뜻으로 이승을 중요시한 자연합일의 현세긍정이 들어있다.

바람은 절노 맑고 달은 절노 발따/죽정(竹庭) 송함(松檻)애 일점진(一點塵)도 업스니/일장금(一張琴) 만축서(萬軸書) 더옥 소쇄(瀟灑)하다(바람은 절로 맑고, 달은 절로 밝다/대나무 숲이 있는 정원에나 당상의 솔기둥에나 한 점 티끌 없으니/거문고와 만 권의 책이 더욱 맑고 깨끗하다

- 권호문, 『한거십팔곡』


세상 밖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초야에 살면서 읊은 연시조이다. 억새, 짚 등으로 지붕을 인 조그마한 집을 둘러싼 청명한 바람과 달, 한 점 먼지 없는 맑은 뜰의 감흥과 경치를 표현하고 있는 시다. 더럽고 속되지 않은 천인합일의 일치는 땅을 딛고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자연을 세계(자연=세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서 보듯 한국인의 生은 이승에서의 중요성인 壽이며, 현세긍정과 생명긍정의 행복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세긍정과 생명긍정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 정서에 불어 닥친 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두 달여 촛불집회로 이어지고 있으며, 6월 30일 천주교 사제단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요한 1,4)를 앞세운 평화시위를 시작으로 기독교(3일), 불교의 릴레이 촛불집회가 5일째 계속됐다. 7월 5일에는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외치며 6.10 이후 최대 규모로 열렸지만, 다행히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끝났다.

빛이 우리 마음속에서 반짝일 때 우리 몸은 밝고 맑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어둠의 무리들이 우리를 인도해 가고 있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빛을 어둡게 만들려는 악한 상태, 타락한 상태가 머리를 들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육신의 눈이 어두우면 말할 수 없는 불편 속에 살아가야 한다. 마음 속 생명의 빛을 잃으면 영혼은 어둠 속에서 영영 나올 수 없게 되며 타락하게 된다. 현세긍정과 생명긍정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기보존욕구는 생명의 빛을 찾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

자기보존욕구와 그 유지의 작동을 가능케 하는 동력으로 에너지가 된 촛불은 적극적 자기발현이다. 자기발현은 생의 원리로 활동의 흐름을 근원으로 한 활력적 충동이다. 생명력의 원천이며, 기(氣)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엔테레키(ente-lechy 잠재적 힘)이며, 스피노자의 코나투스(conatus)이다. 존재 보존의 추구와 노력을 뜻하는 코나투스는 실존하는 유한한 생명들에게 능동성과 해방의 가능성을 부여하는 개념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본질이다. 때문에 각각의 사물은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만큼 자신의 존재 속에서 스스로의 보존을 추구한다.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은 ‘주어진 어떤 원인에서 필연적으로 결과가 도출’되며, ‘그 본성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실존하지 않는다’라는 인과론적 근본원칙을 작용하게 한다.

존재보존추구는 ‘수동적인 자기보존’에 그칠 수 없으며, 자신의 실존조건을 구속하고 수동화하는 경향에 맞서 원초적인 실존역량을 확대하고 능동화하는 방향으로 전개하면서 능동적인 자율의 존재로, 자유를 지닌 존엄한 생명으로 이 땅에 존재할 이유를 만들어 온다.

왜곡과 조작에 의해 쉽게 움직이는 존재이기를 거부하는 다중지성의 네티즌은 진정성을 가진 독립된 개체로 주체임을 확인 하면서 촛불을 들고 “no!”라고 말하고 있다.

내적인 자율성에 의한 자유로운 의지로 현세긍정과 생명긍정의 행복을 추구하는 국민은 다시 한 번 위정자들과 소통을 원한다. 어둠은 빛을 결코 이기지 못하며 국민은 폭력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한 훌륭한 시민으로 남고 싶어함을 알아야 한다.

/ 황인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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