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의 새로운 장을 열다
현대시조의 새로운 장을 열다
  • 관리자
  • 승인 2006.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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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기념식 및 다채로운 행사 열려

 

현대시조 최초의 작품은 '혈죽가(血竹歌)'
 '현대시조 100주년 기념 및 시조의 날 제정 선포식'이 지난 21일 오전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열렸다. 현대시조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비롯한 20여 시조단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1천여 명의 시조시인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이다.

 

▲ 혈죽가의 주인공 충정공 민영환 동상

그렇다면 시조는 과거부터 있어왔는데 왜 이날이 우리나라 현대시조 100주년 기념일일까라는 의문을 독자들은 가지게 마련이다. 이와 관련 시조시단측은 시가(詩歌)가 아닌 문학으로서의 첫 시조 작품이 지난 1906년 7월 21일 '대한매일신보'에 발표된 세 수짜리 연시조 '혈죽가(血竹歌)'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이전까지의 시조는 가락을 붙여 부르는 게 목적이었지만 '혈죽가'는 처음부터 활자로 발표됐고 읽히는 게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이후의 시조는 모두, 노래가 아니라 문학으로서의 시조였다.

 '혈죽가'는 일제에 항거하여 자결한 충정공 민영환(1861~1905)의 충정을 그린 것으로 지은이는 '대구여사'로 알려져 있다. 민충정공이 자결한 방에서 피 묻는 대나무가 솟아나 뭇 사람의 귀감이 되었으며 충정공의 절개는 정몽주보다 높았다는 게 '혈죽가'의 내용이다. 시조시인 홍성란씨는 '당시 이 작품은 '민충정 혈죽가' '혈죽가 10절'등 여러 아류작을 생산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다'고 설명했다.

 

의의 깊은 현대시조 100권 시조집 완간
 이번 현대시조 100주년 관련 행사 중 특히 가장 의미 있는 행사로는 시조의 날 선포식이 끝나자마자 열린 '현대시조 100인 시조집'(태학사) 합동 출판기념회다. 현대시조를 대표하는 100인의 개인 시집이 완간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다.

 

▲ 주요 시조시인을 총 망라한 현대시조 100인 시조집

시집은 최남선.이병기.안자산.이은상.조운.김상옥 등 현대시조 1세대부터 1980년대 이후 등단한 박기섭. 이정환. 정수자씨 등까지 주요 시조시인을 총 망라하고 있다.

 이 시집출간은 '열린시학'의 이지엽(경기대 교수)주간의 주도로 이뤄졌다.
이 교수는 이 시전집의 출간에 대해 '서점에서 시조집을 구하는 것조차가 거의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그 술회한다.

 이 같은 목표아래 99년 1월 서울에서 '우리시를 사랑하는 모임'의 발족식을 갖고 회원 6백여 명이 매월 5천 원씩 납부하면서 이 같은 개선책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선」100권 시집 간행을 하기로 선언하고 1차 간행 대상자로  작고문인을 포함하여 1960년대 이전 등단자까지 시조시인 33명의 명단을 발표, 시조단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연공서열이나 문단 이력이 아닌 작품 본위로 선정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1970년대 이후 등단자는 시집공모를 통해 간행 편집위원회에서 원고를 심사하여 간행여부를 결정하였다. 드디어 2000년 11월 첫 시집 세 권이 출간됐다. 윤금초. 이해완. 서연정씨의 작품집이다. 시리즈 43번째인 유재영씨의 시조집 '햇빛시간'은 4000부쯤 팔려나갔다.

 하지만 이름은 '100인 시조집'이지만 완간되는 시집은 모두 101권이다. 한국시인협회장을 맡은 오세영 시인이 시리즈에 포함되면서 한 권 더 늘어났다. '100인 시조집'은 시조문학이 척박한 풍토에서 만들어졌다는 점과 시조를 공부하려는 많은 이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


 

현대시조의 발자취를 한눈에
 이번 행사에서는 김제현 시인이 「현대시조의 100년의 흐름과 시대문학으로서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서 강연을 펼쳤다. 그는 이날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현대시조의 흐름을 ▲개화·개몽기의 시조▲신시조와 20년대의 시단 ▲시조부흥과 혁신시조 ▲해방공간의 시조 ▲전후의 시조 ▲격동기의 시조 ▲밀레니엄의 시조의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특히 개화기의 시조는 대구여사의 「혈죽가」를 필두로 하여 싹을 틔운 현대 시조로 현대사의 유동과 혼란 속에서도 민족문학으로서의 위상을 뚜렷이 하며 민족혼을 되살려 일제에 항거하고 문명개화를 촉진하는 계몽주의 문학으로서의 영역을 확대해 갔다고 설명했다.

 또 전후의 시조는 전쟁을 모티브로 한 시조들이 현실인식과 시대정신을 투철하게 반영하고 있다면서 전통적 정서의 재현과 인생관조의 노래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존재의 의미를 노래한 시조와 육화된 선시조들이 각기 개성을 보이면서 전통성과 현대성을 조화시켜 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최근의 시조 경향을 밀레니엄 시조라고 설명하면서 시인의 내면의식을 자연을 통해 반영하거나 삶을 성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대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지만 현실을 딛고 주체적으로 삶을 성찰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선택하여 생활의 정서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상성의 열린 시조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호(한국교원대)는 「현대시조의 양식적 위상과 쟁점」이라는 주제로 행한 발표에서 ''시조(時調)'라는 문학 양식이 현대문학에서 주류적 위상을 확보하기에는 그 조건이 매우 취약하다'면서도 '현대시조가 현대인의 다양하고도 섬세한 정서를 담아냄으로써 지속적인 자기 갱신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의 고시조들이 유교 이념의 계몽이나 소박한 자연 친화적 경향을 드러냈지만 현대시조는 해체와 탈(脫)근대의 기획과 실천의 물결이 한바탕 쓸고 간 뒤에도, 정형적 한계와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경계하면서 ‘절제’와 ‘균형’의 미학을 벼리는 시인들에 의해 다채로운 형식 미학적 변용을 이루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긍정적 현상을 계속 발전시킬 경우, 우리는 서구의 미학적 박래품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적 항체로 현대시조의 양식적 위상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유 교수는 특히 '(시조는) 역사적 장르로서는 소멸되었지만 시조의 양식으로서의 지위는 분명 지속되고 있다'면서 '시조를 독립 영역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문화예술위원회나 문화관광부에서 하는 사업에서 배분은 적더라도 시조를 따로 독립시켜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 교수는 양보다는 질적인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 시조시인들이 시조의 질적인 고양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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