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 양반탈이 웃는 이유
하회마을 양반탈이 웃는 이유
  • 신금자
  • 승인 2006.07.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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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자[수필가]



하회(河回), ‘물이 돌아 흐른다.’는 의미의 이름이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마을이 먼저 강물을 향해 배를 잔뜩 부풀려 내밀었더니 착한 강물이 순하게 돌아가며 푸근히 안아주었다. 강물은 사람들의 자잘한 삶에 호기심이 생겼고 마을은 강물소리를 가까이, 더 가까이서 들으려 하였더라.
 하천의 s자 곡류는 강수량이 많아지면서 관성에 의한 측방침식으로 강기슭을 깎기 시작하여 처음엔 약간 돌아서 흐르던 하천이 점차 s자 모양으로 굴곡되는 편이다. 더불어 하회마을의 지형은 마을 뒤에 태백산 지맥인 ‘화산’이 마을 중심부까지 완만히 내려와 머물고 강 건너 남쪽에는 일월산의 지맥인 ‘남산’과 마을 앞 송림에서 바라보이는 ‘부용대’가 병풍처럼 둘러서서 낙동강 물을 거느리었다. 즉, 마을은 강물을 두르고 수련을 띄운 듯해서 태극형 ‘연화부수형국’이라 하였다. 그래선지 하회마을은 우리나라의 집이 거의 남향인 것과 달리 좌향이 일정하지 않다. 강을 향해 배치되었다고 하지만 일제히 강을 향하고 앉은 것은 아니다. 마을 중앙에 큰 기와집들이 자리하고 변방에 서민들의 집이 오순도순 배치되었다. 산도 물도 큰 태극 모양으로 소용돌이치는 풍수지리적 환경 탓이었을까. 시절이 흉흉하였던 때에도 무탈하여 양반가문인 풍산유씨를 600여 년 동안 집성촌으로 역사를 쓰게 하고 덕망과 신의에 찬 인물과 선비가 유독 많이 배출되었다. 특히 조선시대 대학자인 유운룡과 영의정을 지낸 유성룡 형제가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600여 년의 산 터전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다. ‘삼신당’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미로처럼 정겨운 토담골목길, 반빗간과 장독대, 댓돌과 축담, 마루, 변소, 후원, 사대부의 추어올린 용마루며 위엄을 잃지 않은 솟을대문이 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마을 사람들은 농사지으며 살고 있었고 그 실제를 자연스레 개방하고 있어서 대문을 밀고 들어가서 면밀히 볼 수 있었다. 토방에서 짚신과 삼태기, 가마니를 치기위한 새끼를 꼬는 노인, 마루에서 파를 다듬는 노부부 등, 그 명맥을 조금이나마 잇고 있다.
 마을 앞, 소나무 숲을 따라 강여울이 꽤 빠르고 힘차다. 강물은 마을을 휘감아 오른쪽으로 돌았다. 서애 선생이 ‘징비록’을 썼던 부용대는 말없이 마을을 굽어보며 예나 지금이나 여울목을 지켜내고 있었다.
 강나루에서 나룻배가 부용대로 실어다주거늘, 비가 와서 나룻배는 뜨지 않았다. 대신 언젠가 tv에서 봤던 ‘선유줄불놀이’로 환호를 올려본다. 이 곳 선비들이 부용대나 낙동강, 만송정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줄불놀이를 곁들인 뱃놀이를 재연하였는데 장관이었다.
 일개 마을에서 하기엔 좀 버거운 문화가 하회마을에는 많다. 세도가들이 서민의 애환과 불만을 터 줄 심산으로 은근슬쩍 지원해 준 덕분으로 봐야한다.   ‘하회별신굿탈놀이’도 유별하다. 신분차별이 심하고 양반의 세력이 강하기로 정평이 난 안동지방에서 양반을 희극화한 탈춤이 있었다는 것만도 놀랍다. 하회탈 중 양반탈이 그나마 인자하게 웃고 있는 연유이겠다. 그 하회탈의 기교는 턱을 따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과 해학적 조형미로도 기발하다. 다른 탈춤에서는 양반탈이 웃지도 않지만 천하에 못생긴 얼굴이다. 서민들의 놀이로써 양반들을 골리고 조롱하는 내용이 전부이기에 그랬다.
 결국 양반과 서민, 즉 인간과 인간의 갈등, 혹은 흉년과 같은 인간과 자연의 갈등을 연극과 굿의 형태로 풀어냈던 셈이다.
 고택의 오래된 지붕에 솟아나는 와송을 보렸더니 탱자나무 울타리에 참으로 오래 전 얘기처럼 빗소리가 토닥토닥 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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