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으로 수학여행을 가자
문학관으로 수학여행을 가자
  • 이병헌
  • 승인 2008.05.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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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 이병헌     ©독서신문
봄비가 조금씩 내리는 아침 불국사로 향했다. 불국사에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고 가이드로부터 설명을 들으면서도 참새처럼 재잘대는 모습이 예뻤다. 몇 번 불국사에 와 보았기에 아이들 사진을 찍어 준 후에 혼자서 동리목월문학관으로 갔다. 수학여행이었지만 아이들의 수학여행 코스에 들어가 있지 않았기에 그 곳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문학관으로 들어가는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입장권을 파는 직원이었는데 내가 입장권을 사지 않고 들어가니 나를 부른 것 이었다. 그것은 작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작년에는 문학관 내부에서 표를 팔았는데 이번에는 문학관 앞에 신라를 빛낸 인물관 건물이 새로 들어서 있었고 바로 그 옆 입구에 매표소가 설치되어있었는데 작년 생각을 하고 그냥 가다가 제지를 받은 것 이었다. 머쓱해져서 표를 산 뒤에 안으로 들어갔다.

문학관에 들어가기 전에 오른 쪽으로 계단 옆에 시화가 전시되어있었고 그 옆에 아사달 사랑탑이 서 있었다. 시화를 만나서 시를 읽는 다는 것만도 얼마나 기분이 좋은 일인지 모를 일이지만 그 곳에는 관람객이 거의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내부로 들어갔다.

사랑탑을 지나니 바로 동리목월문학관이다. 이 문학관은 사업비 40여 억 원을 들여 불국사 일주문 앞에 만 삼천여 제곱미터의 부지에 연면적 1천 500여 제곱미터의 전통 골기와 건물로 착공해서 2006년 봄 1년 5개월 만에 건립되었다. 이 곳은 두 문인의 문학정신을 재조명하고 문화체험장소로 사용하고자 세워져 영상실과 창작교실, 자료실 등으로 꾸며졌고 전시실에는 동리와 목월이 생전에 집필했던 흔적과 작품,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두 문학가가 경주 출신이니 경주시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 자부심은 경주를 여행하면서 몇 군데에서 만날 수 있는데 그 한 군데가 바로 첨성대로 가는 산책길에서 만나는 두 문인의 글이 담긴 시화를 만나는 일이다. 참 뜻 깊은 일이라 생각하면서 문학관안으로 들어갔다. 두 문학관에는 각각 동리와 목월이 작품을 쓰던 서재가 생존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되어있고 단체로 신청을 하면 영상실에서 두 선생이 걸어온 생애와 업적을 한 눈에 접할 수 있는 영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나라에서 소설가를 말해 보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작가가 바로 김동리 소설가일 것이다. 문학관은 동리 문학관과 목월 문학관 따로 전시실을 가지고 있는데 왼쪽에 동리문학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동리전시실에는 ‘등신불‘ ‘황토기’ 등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영상화했는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세게 그리고 그의 연보를 통해서 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는 생각을 들었다. 그 곳을 나와 반대편에 있는 목월문학관으로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최고의 시인을 꼽아 보라고 말한다면 박목월 시인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목월 전시실에 들어가면 목월의 육성으로 시 낭송을 감상할 수 있어 그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목월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나오면서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직원도 바로 앞 불국사에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대의 관광버스가 지나가는데 건너편 동리목월 문학관에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면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을 한다. 첫 번째 홍보에도 문제가 있을 것 이다. 건물만 지어놓고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바라면 사람들이 몰라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문학관이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사람들의 인식이 문제이다. 바로 앞에 있는 불국사를 가면서 삼십분만 더 투자하면 우리나라 문학계의 두 거목을 만날 수 있는데 알면서도 주저하고 가지 않는 경우이다. 문학이 정신적인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음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세 번째 수학여행을 하는 학교의 문제도 들 수 있다. 학생들에게 수학여행을 하는 지역의 외형적인 문화유산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의 자취를 밟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된다. 요즘 학생들의 수학여행지에는 거의 모든 곳에 문학관이나 문인들의 옛집 등 문학기행을 할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있다. 바로 이것이다. 수학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에서 문학기행을 한 군데라도 할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남다른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교과서에서 만났던 문학작품을 직접 문학관에 가서 다시 만나고 그 문인들의 인간! 적인 면과 작품의 세계까지 체험하게 된다면 정말 일석이조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학교의 책임자인 교장이나 담당교사의 관심이 선행되어야한다. 물론 학생들의 요구도 중요한 몫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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