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점 운영’으로 수익이 나나요?
요즘 ‘핫’하고 ‘힙’한 동네엔 필수 요소들이 있다. 분위기 좋은 카페, 아기자기한 소품샵, SNS에서 유행하는 음식을 파는 식당, 그리고 특정 주제나 취향에 맞춘 ‘독립서점’. 독립서점은 대형서점 체인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서점을 말한다. 독립출판물과 소규모 출판사의 책들을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과 취향을 중요시하는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점차 그 관심이 커지고 있다.
“10년 사이, 독립서점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주요 도시에서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최근엔 특정한 테마에 맞춘 독서 모임, 작가와의 만남, 북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확산되면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죠.”
실제로 독립서점의 현황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주식회사 동네서점의 ‘동네서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독립서점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와 함께 휴·폐점률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진이 남지 않은 불합리한 유통구조, 즉 독립서점이 혹독한 경영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독립서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서점 개수는 2,484개로 2022년(2,528개) 대비 1.74% 감소했다. 국내 서점 증감률은 2011(-9.5%), 2013년(-9.5%), 2015년(-9.2%), 2017년(-3.1%), 2019년(-3.6%) 매년 소폭 감소 중이다. 종이책이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예산 삭감에 이어 도서정가제 완화...어려움 호소하는 지역서점과 독립서점
이렇듯 여러 복잡한 상황 가운데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서점들에 대해 도서정가제(유통 과정에서 책을 정가의 15%까지만 할인할 수 있게 한 제도) 적용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출판계 보호, 지역서점과 독립서점의 활성화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판사가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 60~65%의 공급률(출판사에서 판매용 책에 공급받는 가격, 정가 대비 공급가 비율)을 적용한 데 비해, 중소 서점이나 동네 책방에는 그보다 높은 75~85%를 적용하는 게 업계 관행이다. 대금결제 방식과 판매 부수, 그리고 규모에 따른 협상력 차이가 그 이유다.
대형 인터넷 서점은 15% 할인을 실제 적용해 책을 판매하고, 출판사는 인터넷 서점이 15%를 꽉 채워서 할인할 것을 고려해 책값을 책정하게 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책을 저렴한 금액에, 빨리 배송받기를 원한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일부 여유 있는 자영업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 서점이 15% 이상 할인 판매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경쟁 자체가 안되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현 상황에서 지금의 도서정가제가 합리적인 책값을 결정하는지, 그리고 지역 서점과 동네 책방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인지 다 같이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좀 더 본질적인, 근본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수익=돈’이라는 공식을 제외하면 서점 운영으로도 수익은 날 수 있다. 실제로 책방지기들을 보면 큰 수익을 바라고 서점 운영에 뛰어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돈 이상의 것을 얻어갈 수 있는 곳, 어려움 속에서 의미 있는 일을 이어나가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익은 발생한다. 하지만 서점 하나만으로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는지 묻는다면,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이들의 생계를 염려하면서 독서를, 그리고 문화활동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책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그사이에, 서점의 가치와 낭만에 대해 생각해달라는 것 역시 아니다. 책이 보고 싶으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되고, 책을 구매하고 싶으면 온라인으로 저렴한 금액에 빨리 배송받으면 될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점점 없어지고 있는 서점을 어떻게 다시 부흥시킬지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그저 소비자로서 서점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존재해야 하는 공간인지 고민해보고, 그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한 본질적인 논의에 더 집중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실질적인 지원을 많이 받고 있지 않을뿐더러, 기존의 서점 운영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도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현시점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과거의 성과를 돌아보는 게 좋을까’, ‘독서율을 타개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이런 것보다 가장 시급하게 다뤄줘야 하는 건 본질적인, 근본적인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서점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공간인지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면 우리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비용을 내도록 해야 하죠.”
“이전에는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을 들여야 했고, 때로는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를 얻을 수 있을뿐더러, 더 자세하고 많은 양의 정보까지 전달받을 수 있게 됐죠. 이런 시대에 서점의 가치에 대해 얘기하고, 몇 개의 서점이 있어야 하고 없어야 하는지는 현시점에서 빗겨나간 논의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적정한 개체 수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며, 동시에 그 유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부터 먼저 논의가 되어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죠.”
익숙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없어지는 게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사라지는 것들에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그 소중함을 일깨우려 한다. 하지만 다들 말만 할 뿐, 정작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 모습이다. 서점 역시 그러하다. 누구나 서점과 관련된 소중한 추억 하나쯤은 있다고, 서점만이 주는 낭만을 잃을 수 없다고, 활자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지금 서점의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고, 그렇게 다들 입으로만 서점을 말하곤 있진 않은가. 시대가 변하면서, 서점의 모습 또한 변하고 있다. 서점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해결책이 나오길 바란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