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 마지막에 가서야 이름이 밝혀지는 이성애자인 ‘그녀’와 동성애자인 ‘그’. 어떤 이유에선지는 알 수 없지만, 둘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때부터 둘은 평생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게 된다. 한국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천쓰홍의 이 작품은, 1980년대부터 동성혼이 합법화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성소수자들이 겪는 고난과 비애, 그리고 여성에게 향한 가부장적인 압박과 고통을 ‘그’와 ‘그녀’를 통해 말하고 있다. 전작이 수많은 인물의 입을 빌려 다층적이고 다성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면, 이 소설은 오직 두 사람의 돌고 도는 몇십 년 인연을 축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미스터리와 감춰진 비밀을 탐색한다. 이 둘의 관계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고독과 치유의 다양한 면모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 67번째 천산갑
천쓰홍 지음 | 김태성 옮김 | 민음사 펴냄 | 49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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