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임현주 작가 “어쩌면 동화는 어른들을 위한 것”
서양화가 임현주 작가 “어쩌면 동화는 어른들을 위한 것”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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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던 어린 시절은 우리가 어른이 된 이후에도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절의 소중함을 잊고, 지나온 시간이 알려준 따뜻한 기억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진 않은가. “모든 어른들은 한때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라는 『어린 왕자』 속 구절처럼.

그리고 여기, 우리 안에는 여전히 어린 아이가 머물고 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임현주 작가는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화가, 서양화가다. 따뜻한 색감,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 그리고 고정된 틀이 해체된 듯한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동화책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동화적인 느낌이 동심하고 거리가 먼 어른들에게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

임현주 작가가 지난 5월 9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진행되는 서울 아트페어에서 독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어른들도 마음속에 동심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메마른 감성의 어른들은 그러한 동심을 끄집어낼 필요성을 잘 알고 있죠. 매일매일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모두 필요한 마음이니까요.”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성공이나 명예가 아닌, 한 점의 그림이 가져다주는 것처럼 따뜻한 위로와 잠깐의 휴식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 있어요. 어린 시절에 읽은 동화가 내 일생을 좌우한다고요. 어른이 된 다음에 읽는 것도 좋지만, 어른들은 동화를 의도적으로 읽어야 하잖아요. 취향이 생긴 지금은 내가 읽고 싶은 책, 그때 관심을 두고 있는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무작위로 노출되니까 편식 없이 받아들이죠. 저는 그때 읽은 책이 제 일생을 지배한다고 생각해요. 어릴 적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인생의 고난에 마음이 지치고 괴로울 때가 다들 있잖아요. 또, 숨 돌릴 시간을 갖기도 힘들 정도로 정신없이 달려가기도 하고요. 그럴 때 동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면 어느 정도 위로가 돼요. 사실 캠핑을 가는 것도 소꿉놀이하러 가는 거잖아요. 동화적인 방법들은 살아가는 힘이 되어줄 가치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만들어주죠.”

“『소공녀 세라』를 참 좋아하는데, 거기에 이런 말이 나와요. ‘그런 셈 치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거나 불편한 상황에 놓여있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어요. 그럴 때 저는 기분을 빨리 전환하려고 이 말을 내뱉곤 하죠. ‘그런 셈 치고, 그런 셈 치고…’ 일종의 놀이로 전환한다고 할까?”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달하고 싶다는 임현주 작가의 작품에는 유독 ‘집’이 많이 등장한다. 바다 위의 집, 거위가 살고 있는 집, 계단 옆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플라타너스와 나란히 서 있는 집들… 개인의 삶은 울퉁불퉁하기에 집도 울퉁불퉁한 선으로 그려냈다는 작가의 그림은 그 어느 집보다도 고요하고 안정적이다.

“집이 마치 사람 같지 않나요?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집 같기도, 사람 같기도 해요. 집의 형태는 고려청자의 매병과 주병에서 끊임없이 변화된 것인데, 이때 매병과 주병의 덕목은 조화를 뜻해요. 그런데 제가 조화를 표현했다고 하면 대부분 대립의 부재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대립의 조화로운 관계인데 말이죠. 집도 그렇지만 그림 속 계단과 나무, 좁고 넓은 골목들은 다 저마다의 결핍을 가지고 있어요. 한 그림 안에 존재하면서 서로의 결함을 메꿔주고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죠. 맞지 않은 것끼리 어울린다는 것, 제가 생각하는 조화는 그런 모습이에요.”

“그리고 조화로운 집의 완성은 ‘엄마’라고 생각해요. 가끔씩 등장하는 거위는 엄마, 모성을 의미하고요. 작가들은 저마다의 작품을 통해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곤 하는데, 저는 ‘모성의 회복’을 거위를 통해 외치고 있어요.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려내는 모성은 다소 왜곡되고, 비틀리고, 결핍되어 있는 모습이잖아요. 본래 모성이란 따뜻하고 행복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위로받고, 누군가 모성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있다면 제 그림을 통해 조금이나마 상처가 옅어졌으면 좋겠어요.”

어른이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획은 언제나 실패하고 때로는 쉽게 실망하기도, 한순간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어디서 위로받을 수 있을까. 우리가 놓친 마음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임현주 작가는 작가로서의 최종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구체적으로 목표를 정해두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희망은 하나 있어요. 동화, 사람들이 저마다의 동화책, 그림책을 썼으면 좋겠어요. 굳이 굳이 동심을 찾으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어릴 때의 순수했던 마음을 되찾을 수는 없겠지만, 동화가 한없이 가라앉은 마음을 달래주는 시간이 분명 된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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