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둘러싼 자연 속에는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비경제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들이 존재한다. 물속에서 살지만 늘 익사 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고래, 뻐꾸기의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신 키워내는 박새, 여섯 번째 이빨이 닿으면 이빨이 나지 않아 굶어 죽는 코끼리까지. 완벽하다 생각한 수많은 생물은 모두 불완전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성공작이 아니어도 이 모든 것은 다 진화라고. 책은 생태학 및 고생물학에서 성선택 및 유전학을 넘나들며 자연에서 일어난 기이한 진화적 결점을 유쾌하고도 흥미로운 전개로 펼쳐낸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도착해서는 구경꾼처럼 생물의 세계를 바라보던 것을 멈추고 인간에게 주어진 스포트라이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이 자연을 거슬러 나아가고 있는 곳은 어딜까. 그래서 인간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그 끝에서 마주한 또 하나의 질문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앤디 돕슨 지음 | 정미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펴냄 | 392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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