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안의 세상에도 자유와 기회는 있으니까
화면 안의 세상에도 자유와 기회는 있으니까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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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의 하루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모바일과 PC를 합해 약 8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10세 미만 아동의 인터넷 이용률은 91.2%에 이르고, 아동 10명 중 6명은 유튜브를 주요한 정보 검색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저마다 ‘내 화면’을 한두 개쯤은 갖게 된 세상, 그야말로 모든 것이 ‘화면 안에서’ 가능해진 세상이다. 어른들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 화면과 삶의 중첩된 경계를 태어난 직후부터 맞닥뜨리고 있는,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저자는 책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서 ‘인터넷이 없던 세상을 겪어본 적이 없는 세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화면 속 세상은 아이들을 어떻게 유혹하고, 그들은 거기에 어떻게 저항하며 그 안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는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화면은 외로움을 조장하는가. 우리는 거기에서 오로지 산만하고 수준이 낮으며 수동적인 소통밖에 할 수 없는가. 그렇지 않다. 화면과 함께 성장한 세대라면 대번에 알 수 있다. 화면 속에서도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으며, 때로는 오프라인에서보다 훨씬 마음이 잘 맞는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날 온라인 화면은 바보상자의 확장판이면서도 전에 없던 사회적 연결망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흔히들 화면 안에서 아이들이 맺어가는 관계와 소통의 수준이 화면 바깥에 비해 무조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진짜 친구’라는 기준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공감대를 형성한 ‘모르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진짜 소속감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일찍이 ‘나’라는 경계를 만들고 확장하면서 내가 공감하는, 혹은 공통 경험을 공유하는 범주를 재조립한다. 그 과정에서 더 애착이 가는 커뮤니티가 생긴다면 자신의 소속감을 확인하고 그곳에서 기거하며 공통 서사를 쌓아 올린다.

비대면으로 맺는 관계가 인간관계를 쌓는 디폴트 방식이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 법. 실제로 스마트폰이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술이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라는 말에 74%가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답했다. 또한, ‘통신 기술은 인간관계의 지속성과 접근성을 더 높여준다’는 말에 크게 반응하기도 했다. 우리는 애당초 화면이 야기하는 각종 소란과 부침이 ‘어른들의 산물’은 아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우리가 손 놓고 있을 때 그 미래를 더 오래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는 가시밭길을 걷는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게임식 세상을 받아들이면서 그것이 야기하는 삶의 불균형을 고스란히 답습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자신만의 커뮤니티를 찾고자 하는 그들의 심정을 먼저 헤아리려는 어른은 드물었다. 알고리즘이 가짜뉴스와 동일한 자극의 쳇바퀴를 굴릴 때 이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몫은 개개인의 것으로 돌아갔다. 인공지능이 바꿔놓은 장래희망은 젊은 세대에게는 생존의 문제일 텐데, 이 사회는 ‘인생 다 원래 불공평하고 괴로운 것’이라고 그들의 눈을 가리지 않았나.

포노 사피엔스.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신인류를 말한다. 새로운 현실의 모습을 담아낸 이 용어가 여간 찝찝하고 우려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누구나 알다시피 스마트폰이 학업과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사고력이나 기억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부작용에 집중하기보다 스마트폰의 긍정적인 측면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리고 올바르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환경이 구축될 때 아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다. 사실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빨리 ‘적응’과 ‘저항’의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일평생 화면과 함께 살아가야 할 그들이기에 이러한 문제들을 어른들보다 더 민감하게 자신들이 직면한 삶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트렌드 선두주자’로 추켜올리거나, ‘자기중심적’이라며 내려다보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어린 세대가 어떤 관점과 자세로 이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야 할지, 또 우리 사회는 이들을 위해 어떤 토양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분명한 건 더 나은 세상을, 더 간절하게 원하는 건 언제나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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