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일어난 플랫폼 알라딘의 ‘전자책 유출 사건’과 관련해, 출판업계가 뜻을 모아 알라딘 측에 피해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별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전자책은 물론, 종이책 공급 중단까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알라딘은 개별 보상이 아닌,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보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책위원회를 꾸린 한국출판인회의를 찾아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 겸 대책위원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Q. 지난 11월 16일 한국출판인회의 대책위원회가 간담회를 열고 공식 성명을 내면서 사태가 수면 위로 올랐다.
5월 알라딘의 전자책 수천 권이 해킹을 당해 유출됐다. 피해 출판사들은 보상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알라딘과 이런 내용으로 의사소통을 해왔고 범인이 잡힌 후에 다시 개별 피해보상안 제시를 요구했다. 그런데 알라딘 측이 제시한 것은 개별 보상이 아닌 사회공헌 활동 프로그램이었다. 피해 출판사의 전자책을 사서 소외계층에 나눠주겠다는 식이다. 대책위에서는 거부했다. 그런 류의 사회공헌은 알라딘이 자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알라딘 측은 이것을 개별 보상이라고 생각했지만, 대책위는 출판사 대상 개별 보상에 사회공헌 등을 더한 것으로 생각하며 입장에 차이가 생겼다. 긴급 간담회를 열기 위해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았다. 1단계와 2단계 대응안이 나왔다. 1단계는 12월부터 전자책에 대한 2개월 공급 중단, 2단계는 종이책을 2월부터 무기한으로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알라딘 측에서도 재협상의 의지가 있어 다시 논의가 진행 중이다,
Q. ‘개별 피해보상’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문제가 알라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있는데, 먼저 플랫폼들이 사용하는 보안 장치인 디지털 저작권 관리(이하 DRM)가 매우 허술하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이미 여러 번 드러났다. 출판업계로서는 그동안 묵은 문제가 이번을 계기로 터진 셈이다. 우리나라의 표준 DRM은 보안 수준도 높아서 뚫기 힘들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부 도서관에서만 채택하고 있다. 이렇듯 부실한 보안 체계가 드러났고 그것을 관리‧감독해야 할 부처의 무관심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웹툰이나 웹소설의 유출 문제까지 더한다면,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난제다.
물론 저작권 단속과 관련한 여러 기관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불법 유출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학술, 논문 관련 사이트들은 거의 붕괴했다. 논문을 쉽게 쓰는 게 교재, 단행본이다. 이는 우리나라 학문 생태계 자체의 붕괴에 가깝다. 이렇게 미비한 저작권 관리와 유출 문제를 겪어 왔기 때문에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이다. 먼저 책임주의 원칙을 세워야만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현 상황에서 제도적 보완은 그 다음이다. 우리 단행본 영역만이라도 보호를 먼저 해야 생태계가 유지된다. 이 상황에, 책임이 없다? 그건 말이 안 되는 거다.
Q.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할 생각인가.
이 문제를 이번 기회에 풀지 못하면 아예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추진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1단계 대응의 의미기도 하다. 전자책의 경우 이용자가 바로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타격이 될 수 있다. 2단계인 종이책 공급 정지의 경우, 알라딘 내에서 매출이 큰 출판사들이 많아서 이들은 주저하고 있는 상황도 있다. 1단계에서 문제를 푸는 것이 좋다. 이렇게 된 데에는 출판업계의 문제도 있다. 대형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안 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작은 출판사들이 모여 결의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큰 출판사들이 앞장을 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무리한 기준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다. 생태계가 균형 있게 발전하기 위해 상식적인 기준을 같이 세워보자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 개별 보상, 책임원칙주의 하에 문제를 핀셋으로 해결하고 가야 한다. 작가들도 힘을 보태기로 했고, 종사자들의 1인 시위부터 미디어 홍보까지… 사회적으로 환기를 시켜서 이것이 어떤 일인지 정확하게 알리고 싶다. 그래서 알라딘부터 스스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Q. 알라딘 측에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유연한 원칙을 갖고 있다는 말도 하고 싶다. 그러나 말했듯 개별 보상은 물러설 수가 없다.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그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사항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한 근거이고 미래를 위해서도 올바른 선례를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외의 부분에서는 유연함을 갖고 있다.
[독서신문 한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