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하려고요? 이건 꼭 확인하세요!
알바 하려고요? 이건 꼭 확인하세요!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3.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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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알바러를 위한 노동법 10계명’. 수능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기사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근로계약서 한 부 챙겨두기, 추가근무 시간 따로 기록하기, 4대보험 가입은 의무, 괴롭힘당했을 땐 녹음하고 기록하자… 알바를 하기도 벅찬 와중에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겠지만, 그만큼 아직도 잘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다는 의미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면, 알바 선배들의 조언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알바를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할 사람들, 그리고 고용주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단순히 알바 경험담을 풀어쓴 책이 아니다. 우리 사회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계층인 알바생들이 받는 고통과 불합리함을 적어놓았다. 그러면서 ‘알바가 직업이 되는 나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살핀다.

폭언과 폭행이 횡횡하던 과거의 낡은 채찍이 아니라, 서로를 독려하는 달콤한 말과 미소야말로 노동자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고급 채찍이다.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들어가 보면 ‘갑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때로는 인격 모독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우울증 등 정신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포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알바생 5명 중 4명이 근무 중 ‘갑질’을 경험했다고 한다. 가장 많이 경험한 갑질은 ‘감정노동’이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든 서비스직이 그렇듯 미소를 장착해야 했으며 부당함을 마주했을 때도 항상 죄송해야 했다.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생각은 할 수조차 없게. 다시는 사람들한테 휘둘리지 않겠다 다짐하고 새로운 알바 자리를 찾을 때, 가장 먼저 본 건 급여도 복지도 아닌 ‘사람’이었다.

실제로 알바생들이 생각하는 좋은 알바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장님, 동료 등 함께 일하는 사람이 인간적으로 좋을 것’. 아르바이트를 길게 할 수 있었던 비결로도 ‘인간적이고 좋은 사장님’이 1위로 꼽혔다.

그동안 많은 알바노동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지난 일자리를 안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다른 일자리로 떠나는 선택을 했다. 알바추노라 불리는 현상이다. 제도나 노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도망이라는 저항을 선택한다.

평생 노동자가 되는 사람의 수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도 어디에서도 근로기준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노동권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사회에 나가면, 어떤 노동자로 길러지게 될까. 저자는 알바생에게도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계속해서 부당한 일들에 맞서서 그 일들이 표면화되어야, 하나씩 변화되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인권교육을 받은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부당한 대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권리를 알아야 지킬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권리를 알려야 하는 책임이 있다. 서로의 권리를 알리는 연결고리들은 많을수록 좋다.

알바노동을 하나의 선택으로 인정할 때 다양한 직업과 삶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대기업 정규직과 공무원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사회는 너무 끔찍하다.

한국 사회에서 알바는 조금 가벼운 일자리로 여겨지곤 한다. 길마다 보이는 프랜차이즈 매장, 편의점, 영화관, 빵집, 화장품 가게…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알바생이다. 그러나 알바노동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별로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목적지에 닿기 위해 잠시 머무는 휴게소쯤으로 생각한다.

근로기준법은 정직원과 알바를 구분하지 않는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라는 말도 없다. 차별을 둘 만한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현실에서는 정직원, 비정규직, 알바를 구분 짓는다. 비단 회사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인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알바만 할 거야?, 알바나 해볼까, 알바 정도는… 알바와 함께 연상되는 말들을 떠올려보면 우리 사회에 알바노동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시간과 공을 들여서 하는 일에 대한 정당한 인식, 정당한 대우 없이 당당한 일상을 살아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동정 받아야 할 착하고 불쌍한 알바노동자는 없다. 알바노동자는 하찮은 알바도, 불쌍한 알바도 아닌 자기의 삶을 사는 인간일 뿐이다. 알바의 자리에 장애인, 여성, 청년, 성소수자가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모욕과 동정이 아닌 연대와 존중, 보호가 아닌 보장이 필요하다.

‘알바를 리스펙’. 모 알바 사이트의 슬로건이다. 다양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대안이다. “정상적 삶의 재생산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존재가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의 재생산이 더 중요하다.” 누군가의 삶은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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