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면접에 합격했습니다. 다음 주에 2차 면접 예정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지적 사항이 있습니다. 시선이 불안하여 자신감 없어 보인다고 합니다.”
오래전 대기업 연구소의 연구개발자 경력 채용에 지원한 후보자에 대해 채용담당자가 전해준 1차 면접의 평가 내용이었습니다. 학력과 경력이 매우 적합하여 최종 합격 가능성이 높았던 후보자였습니다.
다음날 필자의 사무실에서 후보자와 만나 2차 면접 리허설을 했습니다. 정장 차림의 후보자는 준수한 외모에 세련된 모습이었습니다. 첫인상은 참 좋았습니다. 긴장했는지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습니다. 가벼운 대화로 시작하면서 굳은 마음을 풀어줬습니다. 하지만 후보자는 필자의 눈을 잘 바라보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자꾸 고개를 숙이거나 천장을 올려다봤습니다. 자신감 없어 보인다는 면접관의 지적이 맞았습니다.
면접장에서 면접관의 눈을 쳐다보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시선 처리는 면접관의 미간이나 코를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고개는 옆으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여러 면접관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면 됩니다. 후보자 본인도 자신의 면접 자세를 별로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요령을 듣고 나서 몇 번 연습했더니 훨씬 좋아졌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으로 헤어졌습니다. 물론 최종 합격했습니다.
미국 UCLA대학 심리학 교수 앨버트 메라비언은 누군가와 첫 대면을 했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를 연구하여 ‘메라비언 법칙(The Law of Mehrabian)’을 발표했습니다. 사람의 첫인상은 말의 내용보다 표정, 외모, 복장, 자세, 목소리 등 비언어적 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사람의 첫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이 38%의 영향을 끼치는 반면, 언어의 영향은 7%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즉, 시각과 청각의 비언어적 요소가 93%를 차지합니다. 시각은 얼굴과 표정, 복장과 제스처, 자세와 태도 등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고, 청각은 목소리 톤이나 음색 같은 소리이며, 언어는 말의 내용입니다.
면접 볼 때는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얼굴이 굳어져 면접관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미소 띤 표정으로 자신 있게 답변합니다. 두 사람의 면접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요?
“어제 면접 본 지원자는 역시 떨어졌죠?”
“네. 대표님이 그 지원자에게 아예 질문을 안 하셨어요.”
몇 년 전 어느 중견기업의 마케팅팀장에 지원한 여성 후보자는 이력서의 사진과 전혀 다른 외모 때문에 질문조차 거의 받지 못한 채 탈락했습니다. 성형수술이 잘못되었는지 얼굴이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면접 전에 커피숍에서 만나 사전 인터뷰를 했는데 처음에는 필자도 얼굴을 바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얼굴이 사진과 너무 달랐습니다. 게다가 성형수술 후유증까지 남아있었습니다. 면접 결과는 뻔했습니다.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비록 극단적 사례이지만 첫인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분명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끌어들이는 힘, 즉 매력을 진짜 가지고 싶어 했을 것입니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캐서린 하킴은 ‘매력 자본(Erotic Capital)’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외모, 건강하고 섹시한 몸, 사교술과 유머 감각, 패션 스타일, 이성을 다루는 테크닉 등 사람을 매력적 존재로 만드는 모든 것을 매력 자본”이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매력 자본은 경제 자본(돈), 문화 자본(인적 자본, 지식), 사회 자본(인맥)에 이어 현대 사회를 규정하는 제4의 개인 자산이며, 매력 자본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15% 이상 유리한 삶을 살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직장인에게 매력 자본은 이제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외모나 옷차림 때문에 영업 실적이 올라가기도 하고 반대로 성과가 부진하여 승진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하물며 취업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 면접자의 첫인상은 당락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을 끼칩니다. 얼굴, 표정, 몸매, 머리 스타일, 화장, 옷차림, 제스처, 목소리, 자세, 태도, 행동 등 매력 자본을 갖추면 그만큼 자신의 경쟁력은 올라갑니다.
매력 자본은 외모 지상주의와는 다릅니다. 무턱대고 성형수술을 권하지도 않습니다.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외적 매력이 인성, 지성의 내적 매력과 조화를 이룰 때 매력 자본의 힘은 더 강해집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매력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매력 요소들을 잘 갈고닦아 강점으로 발전시켜 다른 사람과 차별화해 나간다면 성공에 이르는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매력 있는 사람이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끌어당기는 힘을 지닌 사람입니다.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대표이사 & 헤드헌터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력을 거쳐 헤드헌팅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터득한 직장인의 경력관리와
이직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