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바쁜 4050에게 필요한 건 ‘사회적 독서’
살기 바쁜 4050에게 필요한 건 ‘사회적 독서’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9.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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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되지 못한 삶을 살면서 피곤하니까 여가 시간에는 쉬고 싶고, 이런 마음이 커지는 거죠. 그 시간에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하기 힘듭니다. 근본적으로 독서할 여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 환경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중년이 될수록 책을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의 생각이다. 현재 인구 중 가장 큰 비중인 32.1%를 차지하는 4050은 우리 사회의 든든한 허리이자, 20년 뒤 초고령사회에서도 중추가 될 세대다. 그러나 이들은 선진국에 비해 직장 근속 기간이 짧고, 평균 소득이 낮은 등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 책 읽을 여유를 잃어 가고 있다. 통계청의 ‘2021 사회조사’에 따르면, 4050은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동영상 콘텐츠 시청’ 및 ‘휴식 활동’에 쓰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독서실태조사’에서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체 독서율이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40대 이상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감소폭이 특히 컸다.

그러나 이들은 독서의 효용에 공감한다. 일부러 책을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같은 조사에서, ‘독서는 삶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4050이 6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4050은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 모른다. ‘우리가 시간이 없지 책 읽고 싶은 마음이 없냐.’ 여유가 부족한 삶은 이들이 읽는 책의 종류도 바꿔 놓았다. 2021년 책과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와 읽기 생활 변화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로 재테크 도서 선호도는 40대 44.6%, 50대 36.7%로 각각 10% 이상 증가한 반면 문학 장르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10년간 교보문고 구매 트렌드를 살펴보아도 경제/경영서와 자녀를 위한 아동, 만화, 과학 분야 구매는 증가했으나 그 외의 분야 구매는 줄었다.

경제/경영서도 물론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만, 삶을 살찌우는 것은 결국 인문학적 성찰이다. 하루하루를 꾸려 가기에도 바쁜 이들이 책을 더 많이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언급했듯 구조적인 변화가 꼭 필요하겠으나, 개인적 차원에서는? 올해 ‘4050 책의 해’를 맞아 ‘4050 책생태계’를 주제로 총 네 차례의 전문가 포럼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3차까지 진행된 포럼에서 한 가지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사회적 독서’, 함께 읽기다.

지난 6월 21일 열린 ‘4050 독자를 찾아서’ 포럼에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책의 해 유튜브 캡처]

포문을 여는 1차 포럼에서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은 “진짜 내 삶과 연결된 읽기를 하며, 이를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중장년의 ‘독서 단절’을 넘어 책의 힘을 되찾는 방법이 아닐까”라고 제언한 바 있다. ‘4050 독자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2차 포럼에서는 백원근 대표가 각종 데이터를 통해 ‘4050 독서시장 지형도’를 그렸고, 중년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긍정적 독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일상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 10분 독서 시간 실시, 낭독·독서 동아리 활동 지원, 세대와 직군에 맞게 세분화된 맞춤형 추천도서 선정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대안이 제시됐다. 이어 도영민 밀리의 서재 즐거운독서생활팀장도 “지식은 쉽게 찾을 수 있으나, 지혜를 찾기 어려운 시대”에 맞는 밀리의 서재만의 4050 독서 진흥책으로 각 도서마다 주제에 맞는 고민에 대해 지혜를 나눌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멘토를 만들어 주는 오픈채팅방 등의 커뮤니티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3차 포럼은 아예 ‘4050 함께 읽고 함께 꿈꾸다’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독서모임 커뮤니티인 숭례문학당의 김민영 이사는 ‘함께 읽기’의 가치에 대해 “더 넓은 지식의 세계를 마주하는 일은 같이 해야 지치지 않는다”며, “10명이 함께 토론을 하면 같은 책을 10번, 혹은 다른 책을 10권 읽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각자의 경험과 관점에 따라 비슷하지만 다른 책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4050은 가족 중심적인 삶에서 다시 개인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되는 시기이며, 부모나 자식, 반려인, 친구, 직장 등으로부터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시기이기에 나만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새롭게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이 절실하다.

이날 포럼에는 김인숙 어린이독서연구회 이사장, 이영주 한국책놀이지도사협회 기획이사 등도 참여해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봉사를 통해 다른 세대나 지역사회와도 연결되는 ‘사회적 독서’의 경험을 공유했다. 또한 정광렬 문화가치연구소 대표는 독서 공동체 지원 정책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인쇄술 발명 이전에 대중의 독서는 낭독을 통한 공유 문화였는데, 이후 개인적 독서로 전환됐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공동체 중심으로 다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양을 중시하는 ‘다독’에서 책을 심도 있게 읽는 ‘정독’으로, 수요자가 공급자가 되는 참여형 독서로 변화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개인주의 심화에 따른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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