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상위 부자, 미래 산업의 선두주자, 괴짜, 몽상가, 사기꾼, 천재, 영웅, 혁신가, 허풍쟁이, 냉혈한, 관종…. 한 사람이 이렇게 극과 극인 별명들로 불리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일론 머스크를 향한 대중과 언론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누군가는 그를 인류를 구할 영웅이라며 추앙하는 반면, 다른 이는 그를 충동적인 트윗과 말실수로 하룻밤에도 수조 원의 자산 가치를 날려버리는 문제적 기업가라며 비난한다. 도전하는 사업마다 놀라운 혁신으로 업계의 판도를 뒤집는 기업가지만, 그 이면에는 공감 능력 제로의 독재자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도 존재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자 가장 흥미로운 일을 하며 세계를 들끓게 하는 인물, 일론 머스크의 전기 『일론 머스크』가 오는 13일(한국시간) 32개국에서 동시 출간된다.
스티브 잡스, 벤자민 프랭크린, 알버트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드 다 빈치 등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전기를 쓴 세계적인 전기 전문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집필했다. 그는 CNN 회장, <타임> 편집장 등을 역임했으며 <타임>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월터 아이작슨은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쓰기 위해 일론 머스크를 2년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주변인들을 인터뷰하며 다양한 측면으로 그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이끌며 새 시대를 열었지만, 트위터(현 X)를 인수하는 이례적인 선택도 했다.
저자는 머스크의 어두운 유년 시절을 깊이 있게 다뤘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월터 아이작슨은 “이 책은 남아프리카에서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같은 아버지에게 학대당했던 일론 머스크의 불행한 어린 시절에서 시작한다”고 예고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때의 상처는 낫지 않았고, 이는 악명 높은 열정과 목적의식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냉정한 성향이 한편으로는 장점으로 발휘되어 극도의 리스크를 즐기며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들을 벌여나갈 수 있었던 거라고도 평가한다.
월터 아이작슨은 “과연 그가 괴팍하지 않았다면 우리를 전기차의 미래로, 그리고 화성으로 인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 일론 머스크는 다음과 같이 답할 것이다. “혹시 저 때문에 감정이 상한 사람이 있다면, 그저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저는 전기차를 재창조했고, 지금은 사람들을 로켓선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차분하고 정상적인 친구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책에는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괴짜 소년의 면모도 담겨있다. 하루에 9~10시간씩 서재에 틀어박혀 공상과학 소설을 읽으며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우고, 프로그래밍을 독학해 ‘블래스타’라는 게임을 만들어 잡지사에 500달러에 팔았던 어린 머스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어도 머릿속에 떠오른 건 일단 시도해 보면서 무수히 실패하고 성공하는 과정이 녹아 있다. 경쟁자들의 비웃음과 동료들의 배신, 실패로 인한 좌절 속에서도 자신이 상상한 모든 것을 결국엔 현실로 만드는 장면은 독자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일론 머스크의 유일한 공식 전기 『일론 머스크』는 선주문 기간에 이미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예약 판매를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출간 기념 북콘서트도 준비됐다. 북콘서트는 오는 20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개최된다. 기업인이자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과 인지심리학자 김경일이 출연해 일론 머스크의 모든 것을 파헤칠 예정이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