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심에는 거대한 책 탑이 있었다” 예스24 전시 현장
“그 중심에는 거대한 책 탑이 있었다” 예스24 전시 현장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3.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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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가 힙해지고 있다. 창립 24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과 의지를 담은 로고를 발표하고 리브랜딩 캠페인 ‘읽는 당신에게, 상상의 우주를’에 박차를 가하더니, 이번에는 MZ들의 성지 성수동에서 지금 이 순간 가장 트렌디한 작가 7인과 함께 미디어 아트 전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을 개최했다.

전시장으로 들어서자 지푸라기가 수북이 깔려있고 곳곳에 빈백과 그네가 있어 마치 요람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별도의 동선 없이 자유롭게 다니며 관람할 수 있어 광장에 온 것 같기도 했다.

중고 책 6,000여 권을 쌓아 만든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탑’
중고 책 6,000여 권을 쌓아 만든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탑’

여러 전시물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건 중앙에 위치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탑’이었다. 독자들이 읽고 돌려준 책 6,000여 권을 모아 거대한 탑을 쌓아 올렸다. 읽는 행위를 반복할수록 책 탑은 계속 높아지고 우주에 가 닿길 원한다는 소망을 담았다.

이 탑을 중심으로 작가 7인 빠키, 유나얼, 전미래, 김태중, 김선익, 소효소(던&소키)의 작품이 원형으로 배치됐다. 이들은 책과 읽는 행위에서 출발한 상상의 세계를 회화, 사진, 영상, 설치미술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 작품으로 구현했다.

예스24 24주년 전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 내부

비주얼 아티스트 빠키는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를 읽다 떠올린 이미지를 조형물로 표현했다. 그는 “반복되고 순환하는 구조의 소설을 읽으며 책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뮤지션이자 아티스트인 유나얼은 “이번 전시는 책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개념이 재미있게 다가왔다”며 책 중의 책인 성경으로 콜라주 작품을 만들었다. 스크립트 33만 6,000장을 탑처럼 쌓고 관람객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게 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전미래는 어마어마한 양의 종이를 사용하는 사치를 부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주얼 아티스트 빠키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주얼 아티스트 빠키가 소설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행위 예술가 전미래가 스크립트 33만 6,000장을 탑처럼 쌓고 관람객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게 한 퍼포먼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미래 작가가 스크립트 33만 6,000장을 탑처럼 쌓고 관람객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게 한 퍼포먼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드로잉 머신’ 김태중은 즉석에서 책 읽는 사람의 벽화를 그리는 라이브 드로잉을 진행했다. 난독증이 있는 그는 책 안의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림 뒤에서 음악이 나오는 아트 스피커를 제작했다. 포토그래퍼 김선익은 박완서의 소설 『나목』에서 영감을 받아 촬영한 나무 사진을 선보였다. 그는 “전시가 끝나더라도 도록을 보고 전시장의 모습으로 확장되면 흥미롭겠다는 상상에서 시작했다”며 도록 형식으로 만든 작품을 보여줬다. 아트 그룹 소효소(던&소키)는 아크릴과 조명을 활용해 상상력을 상징하는 작품을 설치했다. 던은 재료로 “일상에서 아크릴을 다양한 형태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아크릴로 우리가 구상한 이미지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예스24 전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 현장
김태중 작가가 라이브 드로잉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뮤지션 던과 아티스트 소키
아트 그룹 소효소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소효소는 뮤지션 던(오른쪽)과 아티스트 소키가 결성한 아트 그룹이다.  

지금 예스24의 가장 큰 고민은 ‘글보다 이미지에, 책보다 영상에, 읽는 것보다 보는 것에 익숙한 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게 할까?’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꾀하는 것도 이번 전시를 기획한 것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문화의 근간은 책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책을 포함한 모든 콘텐츠와 예술품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그리고 이 세계는 누군가의 글과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관람객은 책에서 출발한 여섯 점의 작품을 둘러보고 난 후, 그 중심에 거대한 책 탑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은 책’이라는 최세라 예스24 대표의 믿음이 이번 전시의 토대가 됐다. 최 대표는 이날 개막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책을 읽지 않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대가 책을 많이 안 읽는다고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언젠가 책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그 순간만큼은 예스24를 찾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젊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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