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종교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발행인 칼럼] 종교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3.04.01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재홍 발행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통해 기독교복음선교회(JMS)를 비롯,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범죄 행각을 일삼아온 사이비종교들의 실상이 조명돼 사회적 공분이 거세다. 수년간 수십 차례에 걸쳐 여성 신도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독교복음선교회의 정명석 교주는 2009년에도 신도 성폭행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복역 후 출소한 바 있다.

다큐멘터리 공개 이후 온라인 등에서는 각종 사이비종교 경험담이 잇따랐는데, 사이비종교의 폐해뿐만 아니라 사이비종교가 우리 일상에 파고드는 다양한 경로 또한 충격이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일상 곳곳으로 침투하는데, 길거리 캐스팅, 대학 동아리 부원 모집, 심리테스트, 설문조사, 스포츠 동호회, 봉사 활동, 무료 이벤트 등 다양한 성격의 행사로 먼저 친분을 쌓으며 접근하는 식이다.

비정상적인 종교 단체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여론이 강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종교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기도 한다. 사실, 종교적 권위를 이용한 범죄 행위는 기독교나 불교 등에서도 일부 개인에 의해서이긴 하지만 종종 벌어져왔던 일이다. 또 세계 역사상 종교로 인한 전쟁은 얼마나 많고 잔혹했던가. 9·11 테러의 배경 중에도 거대한 종교적 충돌이 있다고 알려진 바 있다.

그렇다면 진짜로 종교 자체가 문제인가? 미국의 종교학자 찰스 킴볼은 저서 『종교가 사악해질 때』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종교 그 자체가 정말로 문제인가? 아니기도 하고… 그렇기도 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갖가지 시험을 이기고 살아남은 종교 안에서 우리는 수세기 동안 수백만 명의 삶을 지탱해주고 의미를 부여해준, 생명을 긍정하는 신앙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사람들을 타락시켜 악행과 폭력으로 이끄는 힘 또한 모든 종교에서 발견된다.”

종교는 인류 문명을 통틀어 사람들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도, 숭고한 종교정신이 아닌 제도화된 종교를 지키기 위한 배타주의와 극단주의로 흘러가 학대·살인·집단 자살·테러·전쟁 같은 끔찍한 사건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종교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종교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며, 종교가 타락할 때 나타나는 다섯 가지 위험 신호로 ‘절대적인 진리 주장, 맹목적인 복종 요구, 이상적인 시대를 확립하려는 태도,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일, 성전(종교전쟁) 선포’를 꼽는다.

진리에 대한 주장은 모든 종교의 필수 요소지만, 본인들의 경전에서 입맛에 맞는 내용만 발췌해 악용하거나, 특정한 해석을 엄격하게 강요하면 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스스로를 신의 대리인이자 진리라고 믿어버리는 순간 비극은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특정한 인물이나 사상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 이러한 종교들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목적을 떠받들며,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모든 진정한 종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인 인간애와 평화의 가치를 무시하곤 한다. 저자는 “사람을 대상으로만 보거나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내세운 목적에 대해 즉시 의심을 품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종교는 인간이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이른바 ‘신의 영역’이므로, 모든 인간은 개인의 신념과 철학에 따라 종교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또한 그 누구도 특정 종교와 신도에 대해서 비난할 자격은 없다. 다만 종교가 본연의 모습을 잃고, 정치적 이념 혹은 돈과 성적 욕망과 같은 탐욕과 결부된다면 그 폐해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 종교가 신념과 믿음을 전제로 한 범죄집단으로 확장되지 않도록 꼼꼼하고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